폴크스바겐이 직접 생산하는 독일 대표식품 소시지. 포장지에 '폴크스바겐 오리지널 부품'(Volkswagen Originalteil)이라고 적혀있다. /블룸버그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제품 중 자동차보다 더 많이 팔린 게 하나 있다. 독일의 대표 식품 ‘소시지’다. 근무자의 점심 메뉴로 제공하기 위해 지난 50년 가까이 만들어왔는데, 최근 폴크스바겐이 “더는 소시지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공육 생산은 소·돼지 등을 기르고 도축한 뒤 가공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잖이 나와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 독일 녹색당은 최근 공장 식당을 운영하는 회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 없는 날’을 도입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폴크스바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소시지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폴크스바겐은 탄소 중립에 집중하기 위해 근무자 점심을 앞으로 채식·대체육 등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의 친환경적인 의도와는 달리, 소시지 생산 중단은 독일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한 때 폴크스바겐 이사회 소속이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에 “내가 만약 아직 폴크스바겐 이사회에 있었더라면 소시지 생산 중단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시지는 근무자의 힘을 돋우는 음식이다. 부디 소시지를 계속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이 게시물엔 1만5000여개의 ‘좋아요’와 3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폴크스바겐 소시지 생산 공장에서 직원이 소시지를 선반에 걸고 있다. 100분간 훈제하면 갈색빛을 띠는 소시지가 완성된다. /블룸버그

폴크스바겐은 1973년부터 소시지를 직접 생산해 독일 볼프스부르크 본사 식당 및 각 지역 공장 식당, 본사 인근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해 왔다. 공장 위치가 외진 탓에 근무자 급식 제공 차원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생산량이 늘어왔다. 소시지에 케첩과 카레 가루를 뿌리고, 감자튀김·빵과 곁들여 내는 ‘커리부어스트’(Currywurst)는 현장 근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점심 메뉴로 알려져 있다.

폴크스바겐 소시지 생산공장 직원들이 소시지를 시식하고 있는 모습. /블룸버그

폴크스바겐 본사 공장 안에 마련된 소시지 제조시설에서는 30명 정도가 근무한다. 매주 3회 돼지고기를 배송받아, 하루 2만개, 연간 700만개 정도의 소시지를 생산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게이트’가 있었던 지난 2015년엔 소시지 판매량(약 720만개)이 자동차 판매량(582만대)보다 더 많았다.

폴크스바겐은 간 돼지고기에 자체 향신료를 섞어 소시지를 만든다. 이후 선반에 매달아 100분간 훈제하면 완성된다. 5개씩 묶어 팩에 밀봉하는데, 포장지 겉면에는 ‘폴크스바겐 오리지널 부품’(Volkswagen Originalteil)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199 398 500 A’라는 부품 번호를 부여 받았는데 단종되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곁들여 먹을 케첩도 직접 생산한다. 케첩의 부품 번호는 ‘199 398 500 B’이다. 소시지 한 팩과 케첩 한 병의 가격은 약 10달러(1만1500원) 정도다.

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케첩. 소시지와 마찬가지로 폴크스바겐 로고(VW)가 부착돼 있다. /블룸버그

전 세계 육류·유제품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4% 정도로, 실제 자동차 생산·사용보다 환경에 더 해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소시지는 독일에선 역사가 깊은 ‘민중의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민중의 자동차’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폴크스바겐이 소시지 생산을 지속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폴크스바겐 소시지 생산 중단 논란은 탄소 전환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