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하지 않고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로써 르노삼성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해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하며 ‘하투(夏鬪) 리스크’를 떨쳐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와 코로나 재확산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자동차 업계 노사가 힘을 모은 결과로 풀이된다.
기아 노조는 27일 조합원 2만8604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찬반투표에 부친 결과, 68.2%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합의안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 + 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주식 13주 지급 등이 담겼다. 이는 지난달 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차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GM은 지난 24일 3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했고, 쌍용차는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어 애초에 올해 협상이 없었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3분의 1 수준으로 적어 조립 공정에 필요한 인력이 적다. 노조도 이런 변화를 체감, 고용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올해 협상에 ‘미래 협약’을 넣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생산을 늘리면서, 임직원 대상 미래차 직무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차 대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반면 르노삼성은 아직 지난해 임단협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 측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 격려금 지급을 제안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르노 본사가 글로벌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노사 리스크를 떨쳐내야 해외 수출물량을 확보하는 등 살아남을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