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탄생한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약체들의 집합체’로 불렸다. 합병으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GM, 현대기아차에 이은 세계 6위로 올라섰지만 실속은 없다는 혹독한 평가였다. 두 회사 모두 내연기관차 중심이라 미래차 경쟁력이 부족한 데다 브랜드는 14개나 되지만 판매 대수가 감소하는 브랜드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그러나 그 같은 평가를 뒤집고 올 상반기 극적인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총매출은 753억1000만유로(약 103조원)로 전년 동기(516억6800만유로) 대비 46% 늘었다. 영업이익은 86억2200만유로(약 12조원)를 기록, 지난해보다 11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1.5%에서 무려 11.4%로 뛰었다.

2020~2021년 스텔란티스 실적 추이 /자료=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의 실적에 대해 미 블룸버그는 “영업 이익 규모가 증권업계의 당초 예상치를 45%나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전했다. 스텔란티스가 상반기 판매 대수로는 글로벌 6위였으나, 영업이익률 지표에선 4위에 올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차를 덜 팔고도 더 많이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지난 6개월 새 스텔란티스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더 넓은 포트폴리오, 더 혹독한 원가 절감

카를루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상반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합병으로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적보고서를 보면 그의 말대로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일단 합병으로 제품군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스텔란티스의 14개 브랜드는 세단·SUV부터 해치백·스포츠카·픽업트럭 등 거의 모든 승용차 모델을 생산한다. 도요타·GM보다 더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 판다. 마침 코로나 기저 효과로 다양한 신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 브랜드, 전 차종의 판매가 늘었다.

합병 이후 연구·개발 분야 효율성은 크게 높아졌다.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플랫폼(뼈대)을 개발한 뒤, 각 브랜드에서 이를 바탕으로 신차를 만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통 신차 한 종을 새로 개발·생산하는 데 최소 3000억원이 필요하고, 이 중 상당액이 플랫폼 개발에 투입된다. 타바르스 CEO는 “(피아트·란치아처럼)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플랫폼 개발 비용 부담 탓에 신차 개발이 더뎠는데, 플랫폼 공유 이후 신차 개발 부담이 줄고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고 밝혔다.

연구 개발 외에도 부품 구매, 생산 공정, 재무·홍보 등 각 분야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통상 큰 기업 간 합병을 하면 신사옥을 마련하는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스텔란티스는 각 브랜드의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본사를 유지한 채 온라인 화상회의로만 회의하고, 지원 부서는 통합 운영하면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재료비·인건비 등 상품 제조에 필요한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매출원가율)은 작년 상반기 87.4%에서 올 상반기 80.4%로 낮아졌다. 플랫폼 공동 개발에 따라 부품 구매 비용이 낮아졌고, 판매 대수가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확보된 것이다. 판매관리비 등 부대 비용 지출 비율도 같은 기간 8.4%에서 6.3%로 낮아졌다. 로이터는 “뜻밖의 반전 뒤에는 철저한 비용 지출 관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전환 이뤄내느냐가 핵심

스텔란티스가 올 상반기 뜻밖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지만, 위기 요소는 여전히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상반기 스텔란티스 실적 개선의 핵심은 북미·유럽 지역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테슬라나 GM 등에 뒤처져 성장이 정체돼 있는데, 이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는 경고했다.

전기차 전환 역시 시급하다. 앞으로 300억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해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만, 배터리·전기차 기술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과의 합작 투자 추진 등 구체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이 마련돼야 미래차 시대에도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