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살 때면 대형 중고차 매매 업체 카맥스(Carmax) 매장을 찾던 미국인들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발품을 파는 대신 ‘카바나’라는 앱을 깔고 ‘손품’을 파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카바나는 고화질 360도 촬영 사진을 제공하고 결제 완료 후 단 며칠 만에 차를 배송해준다. 심지어 타보고 마음에 안 들면 7일 이내 환불해주는 파격 조건까지 내걸었다.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미국인들이 이 앱에서 과감히 지갑을 열면서, 카바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2% 증가한 56억달러(약 6조4000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보다 74% 증가한 97억달러(약 11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가장 멀었던 최후의 영역 자동차 시장에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딜러들의 반발이 심한 신차 시장에선 아직 더디지만, 이런 장벽이 거의 없는 중고차 시장은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카바나 사례처럼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수천만원을 결제하고 빠르면 다음 날 택배로 받는 ‘자동차 이커머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카바나’ 돌풍, 유럽도 급성장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카바나는 2012년 ‘자동차 업계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출범한 중고차 온라인 몰이다. 전체 미국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아직 1% 미만이지만 오히려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회사 주가는 지난 9일 사상 최고치(323달러)를 찍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536억달러(약 60조원)로, 카바나보다 매출이 3.6배나 큰 오프라인 중고차 업체 카맥스 시가총액(209억달러)의 2.6배에 달한다.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로 신차 품귀 현상이 지속돼 중고차 가격이 급등한 점도 중고차 이커머스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시장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자, 전 세계 자본이 중고차 플랫폼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전 세계 온라인 중고차 벤처기업들이 조달한 투자금이 약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업체인 신치는 지난 5월 14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독일의 오토히어로와 프랑스 아라미스는 올 상반기 상장으로 각각 12억달러, 3억달러를 조달했다. 2018년 설립된 영국 카주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증가한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카주는 올 여름 상장으로 10억달러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케이카 고객 절반도 온라인 구매

국내에선 중고차 매매 1위 업체 케이카가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케이카가 2016년 업계 처음 도입한 온라인 구매 서비스(내 차 사기 홈 서비스)는 초기엔 이용객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엔 고객 절반 가까이가 이용하는 주요 채널로 급성장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전체 고객 중 43.1%는 온라인으로 차를 샀다”며 “전체 고객 60%가 온라인 구매인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카는 오전 11시 전 온라인 결제하면 당일에 차를 배송해준다. 또 24시간 할부·카드 분할 결제, 실시간 대출 심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3일 이내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최근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도 자사 인증 중고차를 온라인 판매·배송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다른 중고차 업체들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차 시장에선 기존 딜러들의 반발이 커 온라인 판매가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딜러망이 애초에 없었던 테슬라만 100%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BMW는 한정판 모델을 BMW 온라인 샵에서 판매하고 있고, 르노삼성은 르노 조에를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딜러들이 개입해 상담·판매를 완료하는 ‘반쪽 온라인’ 형태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 이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완벽한 가격 정찰제가 시행돼야 한다”며 “딜러마다 할인율이 제각각인 상황에선 소비자들도 온라인으로 제 값 주고 사기보단 딜러를 찾아 할인을 받기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정찰제를 도입해 온라인 판매 비율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