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흡기구)이 의사소통 장치로 진화하고 있다. 차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인 만큼,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자동차의 상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그릴 전체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적용한 ‘라이팅 그릴’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조명 색상으로 차량 상태를 표시할 수 있다. 예컨대 녹색이면 차량이 자율 주행 중이란 뜻이고, 빨간색이면 비상 상황이란 의미다. 그릴 가운데에만 푸른 조명이 들어오면 충전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내년부터 양산 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릴은 원래 바깥의 찬 공기를 받아들여 뜨거운 엔진을 식히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그릴의 냉각 기능이 필요 없다. 그래서 현대차 아이오닉5, 테슬라 모델3 등 일부 신형 전기차는 그릴을 탑재하지 않는다.
그릴은 차 외관 인상을 좌우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그릴이 카메라·레이더 센서를 탑재하는 케이스 역할도 하고 가상 엔진음을 내는 스피커 역할도 하면서 쓰임새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