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9일 긴급회의를 열어 울산 1공장을 다음 달 5일부터 일주일간 중단하는 방안을 두고 노조와 협의를 벌였다.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나용 부품이 수급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휴업이 확정되면 출고 지연이 불가피하다.

지난 24일 테슬라는 중국에서 올 초 출시한 SUV ‘모델Y’의 판매 가격을 33만9000위안(약 5860만원)에서 34만7900위안(약 6010만원)으로 150만원 정도 인상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증가했고 그 여파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차 값 인상으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과는 달리 수시로 가격을 조정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다른 업체들도 신차 출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처음엔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 및 수익성 악화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소비자도 부담을 나눠 짊어지기 시작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 시장 전반에 여파를 미치는 ‘나비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출고 지연, 현대차도 늦어질 수 있다

현대차가 다음 달 초 울산 1공장 휴업을 최종 결정하면 아이오닉5는 6500대, 코나는 6000대 정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사전 계약으로만 3만대 이상 주문이 밀린 상태인데, 출고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는 전기차 특성상 보통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500개 안팎의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이 빠듯한 가운데 최대한 일정을 맞추고 있다”며 “아직은 일정을 맞출 수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여파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차 출고 지연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말 반도체 부족으로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그 여파로 미국에서 2주 이상 출고 지연이 발생했다. 국내 공급도 한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주문이 밀려 대기 줄이 긴 모델3는 ‘지금 주문하면 내년에야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기 차종 대부분은 출고 지연을 피하기 어렵다”며 “부품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도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 반도체 부족,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작년 말 처음 시작됐지만 올 들어 더 크게 번졌다. 2월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 3월 중순 일본 공장 화재 등으로 NXP·인피니언·르네사스 등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1~3위 기업이 모두 생산 차질을 빚었다. 차량용 반도체는 보통 주문부터 공급까지 12~16주가 걸리지만, 최근 들어선 최소 26주, 길게는 38주까지 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은 올 들어 반복적으로 가동을 멈추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9일부터 4월 초 중순까지 북미 공장 5곳을 가동 중단한다. GM은 한국GM 부평 2공장을 포함, 전 세계 5곳 이상의 공장을 멈추거나 감산(減産)을 단행했다. 폴크스바겐은 1분기에만 10만대 감산을 예고했고, 아우디에선 1분기 1만여명을 휴직 조치했다.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올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100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론 해결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공급량을 훨씬 초과한 상황이며, 반도체 업체들이 당장 생산 라인 수를 늘리더라도 실제 생산은 최소 몇 달 뒤에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 간 협력을 통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