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비용절감을 위해 이탈리아 공장의 변기 수와 청소 횟수를 줄이고, 화장실 온도까지 낮추려다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MOTORTREND

푸조시트로앵과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병해 탄생한 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이탈리아 공장의 변기 수와 청소 횟수를 줄이고, 화장실 온도까지 낮추려다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한 프랑스·이탈리아 노조의 반발 때문에 합병으로 40만명에 이르게 된 인력 구조 조정이 난항을 빚자 비용 쥐어짜기식 ‘화장실 구조 조정’을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다.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는 자동차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사업 재편 등 대대적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약 3만개)보다 37% 줄어든 1만9000개에 그친다. 엔진 조립 공정이 없어지는 만큼 필요 인력도 줄어든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선제적인 구조 개편을 통해 수익성과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금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 기아 공장에서 니로 전기차가 생산되는 모습.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현대차그룹은 노조 반발을 우려해 검토조차 못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하지만 현대차는 더디기만 하다. 아직도 특정 차종에 대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 인력 재배치를 하려면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구조 개편은커녕 신규 생산직 인력 채용은 수년간 전면 중단하고 정년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급 직원 채용하느라… 올해부턴 자연 감소

GM·포드 등 경쟁사들은 전기차 대중화에 앞서 2018년부터 대규모 공장 폐쇄, 1만명대 감원 등 본격 구조 조정을 단행해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수년째 거꾸로 생산 인력이 늘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정비직 포함)은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회사 실적이 본격 악화한 이후에도 계속 늘었다. 2019년 말 3만6295명으로 3년 전 대비 약 900명 늘어났다.

생산직 인력이 늘어난 건 ‘사내 도급’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노사 대타협’이 가장 큰 이유다. 현대차는 사내 하도급이 ‘불법 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2012년부터 해마다 사내 하도급 업체 직원 약 1000명씩, 작년까지 총 9179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현대차 생산직 인원

사업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현대차는 미래 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력의 경우도 2019년부터 신입 생산 직원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정년 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로 생산직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가 해마다 1000여명 정년 퇴직하면 2025년까지 20%(약 7000명) 줄어든다는 게 현대차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신규 생산직 인력을 뽑지 못하면서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힘들어지고 특히 생산직 중에서도 디지털 공정에 적합한 기술 인력 채용도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구조 조정 지연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LG처럼 국내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인력 확보 경쟁은 치열

현대차는 연구·개발 분야 인력 채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와 전기차 관련 연구직 인력만은 과감히 늘리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포드는 2016년 프로그래머 인력이 300명 수준이었지만, 2019년 이미 4000명이 넘었다. GM의 자율 주행 자회사 GM크루즈는 GM이 2016년 인수 당시 4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000명을 넘었다.

현대차도 연구 인력이 최근 늘기는 했다. 2019년 말 기준 1만1232명으로 3년 전(2016년 말 1만37명) 대비 1200명 늘었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인재 확보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연구직이 생산직과 똑같은 성과급을 받는 현대차의 임금 체계, 주 52시간제 같은 정부 규제 등도 고급 인재 양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오죽하면 현대차가 미국 전문 업체인 앱티브와의 합작을 통해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느냐”며 “미래차 인력 확보와 양성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