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볼보의 대형 SUV인 XC90을 탄 박지윤 아나운서 가족이 화물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당하고 경상에 그치자, 볼보의 안전성이 화제가 됐다.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급부상했다.
지난달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에서 제네시스 GV80을 타고 가다 전복 사고를 당하자 “GV80이 우즈를 살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차량 외부는 크게 파손됐지만, 캐빈 룸(탑승 공간)은 보존돼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사건들을 보며 “우리도 안전에 목숨 걸고 차를 만드는데, 우연한 사고로 특정 브랜드들이 주목받는다”며 다소 섭섭해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는 오랜 기간 ‘안전’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왔다. 덕분에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요즘 나오는 신차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 성능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안전 경쟁'을 들여다봤다.
◇사고 예방, 부상 최소화가 관건
지난 2011년부터 모든 신차는 차체 자세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장치(ESC 등)를 의무적으로 탑재한다. 이 기술은 차가 주행 중 전복되는 사고를 34~59%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키면 스스로 멈춰 2차 사고를 막는 다중 충돌 방지, 앞에서 달리던 차가 급제동하거나 길거리로 보행자·자전거 등이 튀어나오면 스스로 멈추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주행 중 차로 이탈 시 알아서 원래 차로로 복귀하는 차로 이탈 방지 등의 기능은 이미 보편화됐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센서로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사고 직전 좌석 위치를 조정해 탑승객이 척추 등에 손상을 입지 않게 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충돌 사고가 나기 0.2초 전 고주파음을 내보내, 승객이 차량 사고로 인한 충격파로 청각을 다치지 않게 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현대차는 에어백을 운전석 시트 오른쪽 측면에 탑재했다. 측면 충돌 시 에어백이 터져나와 승객끼리 부딪치지 않게 막고, 승객이 사고로 튀어나가는 것도 예방한다. 현대차는 사고 발생 시 승객을 아예 감싸안는 ‘허그 에어백’도 개발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차체가 구르지 않도록 ‘안티롤(anti-roll) 바’를 탑재했다. 코너를 빠르게 돌면 차체에 원심력이 작용하면서 전복될 수 있는데, 이때 차체를 오히려 뒤틀리게 해 접지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시속 64㎞ 정면충돌도 버텨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혹독한 셀프 테스트를 통해, 안전 성능을 점검한다. 벤츠는 지난 2015년 5월 독일에 새 자동차안전기술센터를 건설, 신차 출시 때마다 150여건의 충돌 테스트를 시행한다.
포르셰는 지구 25바퀴에 해당하는 약 100만㎞ 거리를 오프로드로 주행, 차량의 내구성을 점검한다. 도요타는 2000년부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충돌 사고를 시뮬레이션한다. 볼보는 스웨덴에 ‘세이프티 충돌 연구소’를 운영하며, 극단적인 교통사고를 재연하는 충돌 테스트를 하고 있다. 매일 평균 차 1대를 폐차한다고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가장 혹독한 안전 성능 실험 기관으로 유명하다. 차를 시속 64㎞로 강철 벽에 충돌시키면서 탑승 공간(캐빈 룸)이 무너지지 않는지 본다. IIHS의 ‘국소 부위 충돌 실험’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굴욕을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IIHS는 실제 교통사고 중 4분의 1 정도는 차량이 전봇대에 들이받는 등 좁은 부위에 충격이 집중된다는 데 착안, 차 면적의 25% 이내 부분이 충돌했을 때 차체가 버티는 정도를 측정했다. 2012년 이 실험이 처음 도입됐을 때, 벤츠 C클래스·아우디A4·렉서스 ES350 등의 고급차가 최하위 등급인 ‘미흡’(poor)을 받았다.
IIHS 매년 신차를 충돌 테스트한다. 지난달 25일 나온 2021년식 신차 평가에 따르면, 총 225차종 중 90차종이 안전한 차량으로 선정됐다. 단일 브랜드로는 볼보가 가장 많은 아홉 차종이 선정됐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팰리세이드·G70 등 17차종이 포함돼, 가장 많은 안전 차량을 배출한 제조사로 꼽혔다. 이어 도요타(렉서스 포함) 14개, 폴크스바겐(아우디 포함) 9개, 혼다(어큐라 포함) 8개 차종 등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