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직원들이 성과 보상에 불만이 있는 걸 아시나요?”
지난 16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1시간 반 동안 사내에 온라인 생중계된 미팅에서 정 회장을 만난 직원 대표들은 20개 질문을 던졌는데, 이 중 5개가 성과 보상과 우수 인재 확보에 관한 것이었다. 2012년만 해도 ‘기본급 500%+950만원’라는 두둑한 성과급을 주던 ‘신의 직장’ 현대차그룹에서 성과급 불만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MZ세대들의 특성과 맞물린 다른 대기업들의 성과급 논란과는 다른 딜레마를 안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성과급을 ‘기본급 150%+격려금 120만원’으로 타결했다. 전년도 ‘150%+격려금 300만원'에서 더 줄어 대리급은 세전 500여만원을 받았다. 평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영업이익도 2012년 8조원대에서 지난해 2조원대로 줄면서 성과급이 쪼그라든 측면이 있다.
문제는 실적이 좋아져도 구조적으로 차등 성과 보상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연구직·사무직·생산직에 상관 없이 노조 협상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일률 지급하도록 한 단체 협약 때문이다. 심지어 비노조원인 과장 이상 사무직·연구직도 임단협이 정한 생산직의 성과급 기준을 똑같이 적용받는다. 삼성전자 같은 IT 업체 등과 달리 생산직이 60%로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임단협에서 생산직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현대차 한 직원은 “임단협 외 다른 기준을 적용해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경우가 나오면 노조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비노조원인 과장~부장급의 경우 기본급만 개인 성과에 따라 상승률 차이를 두는 매우 제한적인 차등 보상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의 성과급은 이름은 성과급이지만 일 잘하는 인재를 붙잡아둘 수 있는 인센티브로서 역할이 떨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업부별로 성과에 따라 연봉의 10~50%를 성과급으로 주는 등 재량이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그같은 차등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 장비나 각종 장치를 컨트롤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탁월한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 사업부별 또는 개인별로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다른 대기업이나 인터넷 게임업체와 비교해 인재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임단협에서 정한 성과급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이익이 나도 손실이 나도 다 같이 나누는 문화라 어디는 더 많이 주고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타운홀미팅 당시 “임직원들 눈높이에 맞춰 (성과 보상 제도를) 좀 더 정교하게 선진화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