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겠다.”

스웨덴 볼보를 이끌고 있는 하칸 사무엘손(70) 최고경영자(CEO)는 3일 조선일보와 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가 성공하려면 전기차로 가야 한다. 전기차에 밝은 마래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보가 2030년 '100% 전기차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왼쪽)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가 성공하려면 전기차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볼보는 이날 신형 전기차 'C40'(오른쪽)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420㎞ 정도 되는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볼보

그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볼보 콘퍼런스 ‘리차지 버추얼 이번트’에서도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엔진이 탑재된 차는 아예 만들지 않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처럼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볼보는 1927년 설립된 고급차 브랜드로, 국내에선 안전한 자동차 이미지로 유명하다. 볼보의 2019년 매출액은 약 36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2조원 수준이었다. 사무엘손 CEO는 자동차 업계에서만 40여년 근무한 전문가로, 트럭 회사인 스카니아와 만을 거친 뒤 2012년 볼보 CEO로 취임했다.

볼보의 이 같은 결정은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에선 가장 빠르고 급진적인 계획이다. 지금까진 미 제너럴모터스(GM)가 ’2035년 전기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게 가장 빠른 탈(脫)내연기관 청사진이었다. 사무엘손 CEO는 “볼보는 몸집이 가벼워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전환이 쉬울 것”이라고 했다. 볼보는 작년 전 세계에서 자동차 66만여대를 팔았다. 폴크스바겐(약 930만대)이나 현대차그룹(약 650만대)에 비하면 판매량·차종 모두 적어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른 부담이 덜하다.

사무엘손 CEO는 내연차를 선호하는 기존 고객의 이탈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내연기관을 계속 만들다가 고객을 잃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며 “환경을 위해 엔진 배기량을 줄일 때도,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 한계를 시속 180㎞로 낮췄을 때도 그런 우려가 있었지만 우린 더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볼보는 앞서 수년간 내연기관차와의 작별을 준비해 왔다. 작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선 모든 차량에 소형 전기 모터·배터리를 단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로만 판매해왔다. 볼보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2025~2029년 사이 완전 단종할 계획이다.

사무엘손 CEO는 “때때로 과거의 영광이 변화를 가로막는다”며 “볼보는 전기차 전환을 위해 이미 내연기관 개발·생산 부문을 떼어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와 합작사를 세우고, 내연기관 엔진 개발 부문을 합작사로 옮긴 것을 얘기한다. 사무엘손 CEO는 “자동차 업계에선 아주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덕분에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보는 이날 ‘앞으로 전기차는 100% 온라인으로만 팔겠다’고 밝혔다. 볼보 딜러는 온라인 판매를 보조하고 애프터 서비스 및 인증 중고차 판매 등을 맡게 된다. 사실상 미국 테슬라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다. 사무엘손 CEO는 “테슬라가 많은 완성차 업체에 영감을 준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테슬라보다 애프터 서비스와 안전 기술 등에선 앞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전시장은 문을 닫아야 했지만, 온라인 판매는 부쩍 성장했다”며 “코로나가 판매 방식의 변화를 가속했고, 덕분에 우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볼보는 이날 행사에서 자사의 두 번째 순수전기차 ‘C40’을 처음 공개했다. SUV와 세단의 중간 격인 크로스오버 모델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약 420㎞ 정도다. 사무엘손 CEO는 “전기차를 몇 번 타보면 민첩성이나 정숙성에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환경을 위해서뿐 아니라, 성능 측면에서도 미래 자동차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