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독일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관련 마지막 쟁점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다. 섭씨 15도 미만 또는 33도 초과 등 일정 대기 온도에 따라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꺼지게 하는 소프트웨어 설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 당시 디젤 차량에 대해 주행시험을 할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해 실제 도로에선 허용치보다 최고 40배 이상 많은 배기 가스를 뿜어내게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위법 판결을 받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엔진 노후화나 파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ECJ는 이번 판결에서 “이 소프트웨어가 없다고 해서 차량 주행 시 위험을 일으킬 만한 즉각적인 엔진 손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폴크스바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번 판결로 폴크스바겐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디젤차를 판매해온 벤츠·르노 등 다른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도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독일에선 이미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ECJ 판결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한·EU FTA’에 따라 유럽에서 인증받은 차량은 국내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수입하는데, 이번 판결에 따라 폴크스바겐이 유럽 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디젤게이트 사태 당시 국내 소비자 소송을 이끌었던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소비자들을 모집해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폴크스바겐은 2015년 문제가 됐던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국내에서 리콜(시정조치)과 100만원짜리 정비 쿠폰 지급 외엔 어떤 법적 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