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현대차가 경기도 하남에서 진행한 제네시스 GV70 시승행사를 다녀왔다. 야외 주차장에 진열된 GV70들은 “디자인만큼은 흠 잡을 곳이 없다”는 평을 실감하게 했다. 앞 모습은 제네시스 정체성을 살린 방패 모양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이 위엄있게 살아있고, 뒷모습은 두줄 디자인의 쿼드 램프가 가로로 길고 단정하게 배치됐다. 옆모습은 날렵하고 역동적이었다. 외관 색상도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는데, 대부분의 컬러가 다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엔 세빌 실버 색이 예뻐보였는데, 은은하게 녹색 빛이 나는 카디프 그린도 볼수록 괜찮았다. 바로사 버건디 색상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개성을 살리기 좋아 보였다. 가장 인기가 많고 대중적인 카본 메탈, 우유니 화이트 색상도 고급스러웠다.

16일 현대차가 경기도 하남에서 마련한 GV70 시승 행사에 주차된 GV70 모습./류정 기자

배정된 차는 GV70 가솔린 3.5 터보 풀옵션 모델이었다. 실내는 GV80과 G80에서 봤던 고급 가죽 시트와 14.5인치 와이드 스크린 등이 그대로 적용됐다. 뒷좌석 공간은 넓은 편은 아니었다. 현대 투싼 정도의 크기로 보였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622L로 SUV답게 널찍한 편이었다. 트렁크가 좁다고 평가 받는 G80(433L)보다는 확실히 넓었다.

시동을 켜고 경기도 가평의 기착지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과거 GV80과 G80 시승에서 느꼈던 부드러움과 안정감을 GV70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GV70는 제네시스 형제가 맞았다. 밟는 느낌이 부드러우면서 경쾌했고, 체구가 큰 SUV가 아닌데도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는 꽤 빠른 속도로 달렸는데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16일 현대차가 경기도 하남 시승행사장에 마련한 GV70 모습./류정 기자

스포츠 모드로 바꾸었더니 엔진 소리가 다소 거칠어지면서 가속력이 좋아졌다. 밟으면 밟는대로 차가 반응하니 운전하는 즐거움이 뭔지 알 것 같았다. 4륜 구동 모델이라 눈길이나 진흙길 등에서도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는 터레인모드도 있었다. 굴곡진 국도를 달릴 때는 추운 날씨로 도로 양 옆이 얼어 있어 살짝 긴장했지만, 쏠림 없이 단단하게 바닥을 다지면서 달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걱정 없이 핸들을 꺾게 됐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는 스마트크루즈 콘트롤 기능도 기본 장착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비게이션 기반의 곡선 주행 기능도 기본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속도로나 막히는 구간 어디서든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멈추고 다시 달렸다. 선택사양으로 GV80과 G80에 탑재됐던 고속도로 주행보조 II 기능도 개선됐다. 기존엔 깜박이를 반쯤만 내리거나 올려야 스스로 차로를 변경했다. 하지만 애매한 작동 방식으로 기능이 작동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엔 완전히 깜박이를 내리거나 올리면 작동하게 바뀌었고, 실제 깜박이를 켜니 차가 스스로 과감하게 차선을 바꿔탔다. 그러나 사실 차선 변경은 운전자가 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선택사양으로 보였다. 고속도로에서는 완전자율주행을 하는 3단계 자율주행 차가 나와야 이 기능이 유의미해보였다.

16일 현대차가 경기도 하남에서 마련한 GV70 시승 행사에 주차된 GV70 모습./류정 기자

3.5 터보 풀옵션 모델이라 GV70 성능의 최대치를 경험한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다. 2.5 터보나 2.2 디젤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러나 GV70의 형님 모델들을 비추어 봤을 때, 2.5터보나 2.2 디젤도 결코 힘이 달릴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 섰다. 특히 가솔린 2.5터보 엔진 기준 GV70 공차 중량은 1820kg으로 2025kg인 GV80보다 205kg이나 가볍다. G80의 2.5터보 모델은 1785kg으로 GV70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GV70의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4880만원부터 시작하고, 디젤 2.2 모델은 5130만원, 가솔린 3.5 터보 모델은 5830만원부터 시작한다. 2.5터보 모델에 이것 저것 필요해보이는 선택사양을 적당히 붙이고 나니 가격이 5800만원~6000만원까지 올라갔다. 옵션 욕심을 더 부리니 6000만원 중반~후반까지도 올랐다. 동급 경쟁 모델로 시작가격이 6500만~6900만원 정도 하는 BMW X3나 메르세데스-벤츠 GLC를 할인 받아 사는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3.5터보 모델에 풀옵션을 하면 7550만원까지 올라가 수입차보다 비싸지기도 했다.

16일 현대차가 경기도 하남에서 마련한 GV70 시승 행사에 주차된 GV70 모습./류정 기자

그러나 수입차들에 비해서는 가격 대비 편의사양이 뛰어나다는 점이 GV70을 외면하기 힘들게 했다. 국산차이다보니 수입차보다 유지비도 적게 들 수밖에 없다. 티맵·카카오맵보다 나아보이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나 고속도로 주행보조 II 등 첨단 편의사양도 수입차에는 보기 힘든 것들이다. GV80과 G80 출시 이후 국내에서 제네시스 판매량이 벤츠와 BMW를 앞선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