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출시되는 전기차에 적용하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차체 틀)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2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유튜브 채널 영상과 화상 기자간담회 등 온라인으로 진행된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통해 E-GMP의 특장점과 적용된 신기술을 소개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내놓은 독자개발 플랫폼으로, 파예즈 압둘 라만 현대차그룹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장(전무)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의 첫 번째 기술적 이정표”라며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기반”이라고 소개했다.
플랫폼은 차량의 뼈대로 그간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플랫폼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하는 파생형 전기차(EV)를 생산해왔다. 코나 EV나 니로 EV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내년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새로 등장하는 전기차 모델에 E-GMP가 적용되면서 전기차 고유의 특성과 장점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가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에 대해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3.5초 미만, 최고 속도 시속 260km, 최대 출력 600마력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 역시 500㎞ 이상을 구현해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새로 개발한 PE(Power Electric) 시스템 덕분”이라며 “모터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였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사이즈를 줄이고 경량화를 통해 효율 개선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PE시스템은 전기 모터와 감속기,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 배터리를 아우르는 전기차 파워트레인(구동계)을 뜻한다.
전기차 사용자들의 최대 고민인 충전속도에 대해선 신기술을 적용해 대폭 개선시켰다. 충전 속도를 높여주는 고전압 시스템인 ’800V’ 충전 시스템과 세계 최초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기술'을 적용해 급속충전 시 18분 내 배터리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만으로도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멀티 급속 충전 기술은 현재 보편화된 400V 충전기로 충전하더라도 전기 모터를 이용해 800V로 승압시켜 충전 효율을 높여주는 현대차그룹의 특허 기술이다. 정진환 현대차그룹 전동화개발실장(상무)은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SiC(Silicon cabide, 탄화규소)를 적용해 높은 충전 효율을 자랑한다”며 “충전 인프라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을 뽑아낸다”고 밝혔다.
추가로 내세운 강점은 넓어진 실내 공간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엔진룸이 사라지는 대신 작고 일체화된 PE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앞부분 공간이 추가로 확보됐고, 대용량 배터리 탑재를 위해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늘리면서 차급을 뛰어넘는 실내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라만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장은 “E-GMP 기반 모델의 실내 공간은 한 등급 위의 차급과 비교될 것”이라고 밝혔다.
E-GMP에는 이밖에 캠핑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기 위한 고객 중심 기능도 새로 탑재됐다. 전기차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조 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이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전기 충전만 가능했지만 V2L 기술이 적용된 E-GMP 기반 전기차는 전력을 빼서 쓰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새로 개발한 V2L 기술은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야외활동이나 캠핑 때 전기차로 전자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연이은 화재 사건으로 제기된 전기차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차량 하단에 탑재되는 고전압 배터리 주변은 초고장력강으로 구성해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켰고, 차체 사이드실 내부에 알루미늄 압출재를 적용해 구조적인 안정성도 높였다. 또한 냉각수가 배터리에 흘러드는 걸 막기 위해 냉각 블록 분리구조를 적용해 충돌 등으로 인한 냉각수 유출 시에도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은 “요즘 전기차는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지만 우리 신차는 그간 볼 수 없던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줬다”며 E-GMP와 새로운 PE 시스템이 가진 뛰어난 효율성을 바탕으로 디자인 영역에서 더 높은 자유도를 확보했다고 했다.
E-GMP은 세단부터 CUV, SUV, 7인승 모델 등 현대·기아·제네시스가 출시할 다양한 차종에 공통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 ‘아이오닉5’ 출시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11종 포함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글로벌 연 100만대까지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