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준대형 SUV 전기차 ‘모델X’를 타봤다. 마치 럭비공을 연상케 하는 둥그런 쿠페형 외관은 사실 눈에 크게 띄는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뒷좌석 문을 여는 순간 주변의 시선이 집중된다. 새가 날개를 펴듯이 위로 접히며 열리는 ‘팔콘윙 도어’ 덕분이다. 팔콘윙 도어는 멋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편리했다. 옆 차와의 간격이 팔꿈치 길이 수준인 주차 공간에서도 직각 이상으로 접히며 열렸고, 지나치게 좁은 경우에는 문에 달린 센서로 열리는 범위가 조절됐다. 전장 5m에 전폭은 2m에 달하는 큰 덩치지만, 이른바 ‘문콕’ 걱정이 없었다.

테슬라 모델X의 상징인 ‘팔콘윙’은 문에 달린 센서로 열리는 범위가 조절돼 ‘문콕’ 걱정이 없다. /안상현 기자

운전석에 앉자 머리 위까지 이어지는 앞유리 창 덕분에 시야가 탁 트였고, 가운데 달린 17인치 크기의 세로형 디스플레이에 대부분의 버튼 기능들이 포함되면서 공간 전체가 세련돼 보였다. 적재 공간도 넓었다. 뒷좌석 자리를 접으니 성인 둘이 누워도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 나왔다. 바닥이 거의 평평한 ‘풀플랫’도 가능해 최근 유행하는 ‘차박(차에서 숙박)’도 무리 없어 보였다.

주행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서울에서 경기도 광명까지 왕복 70㎞ 거리를 달리는 동안 전기차 특유의 빠른 반응 속도를 뽐냈다. 큰 몸집 때문에 둔할 법도 했지만 밟는 만큼 쭉 뻗어나갔고, 차체 아래 낮게 깔린 배터리 덕분에 고속 주행 안정감도 높았다. 시승 차량은 모델X 차량 중 최상위 등급인 퍼포먼스 모델로 차량 전·후면에 전기모터(듀얼 모터 AWD)가 한 개씩 총 2개 탑재돼 최고 속도 250㎞를 낸다. 제로백은 2.8초에 불과하다. 전기차답게 준대형 SUV임에도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력을 가졌다.

테슬라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 역시 안정적이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차선 변경까지 하는 기능은 확실히 독보적이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서스펜션이 딱딱했다. 모델X에는 압축 공기 탄력성을 이용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만큼 뛰어난 승차감을 기대했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생각보다 강했다. 또 1억3599만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도 부족한 마감과 편의 사양이 아쉬웠다. 앞 좌석 대시보드 일부는 단순 플라스틱 재질로 마감됐고, 요즘 신차에 기본 탑재되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나 통풍 시트도 적용되지 않았다. 주행 가능 거리도 1회 완충 시 최대 421㎞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나왔지만, 실제 타보니 300㎞를 채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