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충전 등 과정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코나 EV에 대한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결정하면서 공개한 결함 원인을 두고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과 입장 차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일 코나 EV의 리콜을 알리며 “고전압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 결함 조사기관인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이 현대차와 함께 진행한 결함 조사 결과, 배터리 셀의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내부 합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LG화학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국토부와 현대차가 밝힌 조사 결과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LG화학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화재의 직접 원인이 ‘배터리 셀’ 결함으로 귀결될 경우 배터리 제조사로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셀을 모아 만드는 배터리 팩이나 관리 소프트웨어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현대차에서 담당했지만, 배터리 셀은 LG화학으로부터 납품받은 걸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배터리 셀 자체 결함으로 최종 판명이 날 경우 현대차가 이번 대규모 리콜에 따른 손실에 대한 구상권을 LG화학에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LG화학 내부에서는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셀 문제는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코나 EV에 공급된 ‘NCM 622’ 배터리 셀은 유럽에서 코나 EV 이상 팔린 전기차 르노 조에 등 해외 다른 전기차 모델에도 적용됐지만, 그간 화재 보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화재 원인 조사가 끝난 건 아니다.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현대차는 보다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은 당연히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에 있다”며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LG화학이 화재 원인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현대차의 또 다른 배터리 공급사 SK이노베이션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특허 기술 침해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의 이번 자발적 리콜 대상 차량 수는 국내만 2만5564대고, 수출물량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7만7000여대에 달한다. 코나 EV에선 지난 2018년 5월부터 지난 4일까지 국내외에서 총 12건의 화재가 발생해 배터리 안정성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