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급 차(車)의 대명사 ‘마세라티’, 그중에서도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를 타봤다.
국내 출시가격만 1억9740만원에 달하는 워낙 고가의 차량인 덕분에 내릴 때 주변의 시선을 받는 이른바 ‘하차감’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하차감보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콰트로포르테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를 다녀오는 왕복 60㎞ 거리를 달렸다. 대형 세단으로 앞뒤길이만 5.265m에 달하는 커다란 몸을 가지고 있지만, 가속 페달을 밟자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게 반응했다. 특유의 묵직한 배기음은 주행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고속주행과 추월 가속능력 모두 충분한 수준을 넘어 도로사정상 더 못 밟는 게 미안할 정도로 넘쳐났다. 콰트로포르테에 탑재된 3L의 6기통 가솔린 엔진 덕분이었다. 페라리와 공동 개발해 이탈리아 페라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엔진은 430마력의 최고출력과 59.2㎏.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88㎞에 달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하다.
코너링은 속도가 붙어도 안정적이었다. 쏠림이나 흔들림 없이 마치 지면에 달라붙어 가는 듯한 주행감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행성능은 스포츠카처럼 강력한 반면 승차감은 스포츠카와 달리 안락했다. 서스페션 감각은 부드러웠고, 노면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콰트로포르테에 장착된) 전자 제어식 댐퍼가 장착된 스카이훅(Skyhook) 시스템이 여러 센서로 각 바퀴와 차체 움직임, 노면 상황, 운전 스타일을 관찰해 상황에 따라 댐퍼 세팅을 자동 조절해 준다”고 설명했다. 콰트로포르테 앞바퀴에는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이, 뒷바퀴에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실내 공간 편의성은 가족용 차량으로 쓰기에도 흠이 없을 만큼 넓고 편안했다. 실내 공간크기를 결정짓는 앞·뒷바퀴 축간거리(휠베이스)가 3.17m로, 뒷좌석에 앉아보니 무릎공간이 주먹 세 개 이상 들어갈 정도로 여유로웠다. 여기에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멀버리 실크가 적용된 도어 패널과 천장, 이탈리아 최고급 가죽 ‘폴트로나 프라우’가 적용된 좌석 등 마세라티만의 실내 마감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피면 앞좌석 중앙 콘솔박스 여닫이 버튼이나 선 바이저(앞좌석 차광 판) 안쪽, 뒷좌석 컵홀더 등 일부 내장재 마감에는 값싼 플라스틱 소재가 쓰여 만족감이 반감됐다.
가장 큰 아쉬움은 수입차의 고질병인 정확성이 떨어지는 내비게이션 기능과 디스플레이 위치다. 헤드업(HUD) 디스플레이가 없는데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위치마저 낮은 편이라 주행 중에 내비게이션을 보기 어려웠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중앙 유지 기능’ 등 최근 신차들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은 첨단 주행보조 기능 역시 부족하다. 차간거리와 속도를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차선 이탈 방지 기능’ 정도만 적용돼 구색만 갖춰놓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