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더 앞당겨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배기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기존보다 더 끌어올리면서 유럽 완성차업계의 전기차로의 생산체제 전환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배출가스 정책 기조를 따르는 한국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4월 24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본사에서 이 회사가 개발한 전기차 ‘E골프’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블룸버그

지난 12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공개 예정인 배기가스 감축 계획안 초안에 2030년 배기가스 감축 목표량을 1990년 배출량의 ‘최소 55%’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감축 목표량(1990년 배출량의 40%)과 비교하면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EU가 자동차에 대한 더 어마어마한 (배기가스) 배출 제한을 제안했다”고 평가했다.

유럽 자동차업계는 당장 발등이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초안에 나온대로 배기가스량을 감축하기 위해선 내년부터 10년간 생산하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유차나 휘발유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기가스량이 많은 디젤차(경유차) 중심 생산체제를 가진 독일 자동차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자동차협회 ‘VDA’는 배기가스 감축량 확대 계획에 대해 “극적인 경기 침체와 코로나 위기 결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유럽 자동차 산업을 무너트리고 일자리 역시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상반기 독일 내 자동차 판매량은 150만10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빠른 전기차 확대가 국가의 재정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GDP의 2.3%를 자동차세와 도로세로 충당하는 덴마크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70% 줄이겠다고 한 상황인데,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과세 감소로 인한 2030년 재정순손실이 57억 크로네(약 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의 배기가스 감축 계획안은 이번 주 내 공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의 계획안 승인이 이뤄지면 유럽 자동차 업계 역시 전기차 체제 전환을 위한 투자를 빨리 늘릴 수밖에 없다. 실제 전기차 시장 분석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40만1231대로 작년 동기(24만8620대) 대비 61.4% 늘어난 상황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시장이던 중국의 올 상반기 판매량(36만110대)을 제쳤다.

자동차 주요 생산국 온실가스 기준 비교

한편, EU의 배기가스 감축 강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부가 배기가스 규제가 강한 유럽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미국을 고려해 배기가스 감축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2021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97g/㎞로 EU(91g/㎞)와 미국(110 g/㎞)의 중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