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3일(현지 시각)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공항 활주로에서 폴크스바겐의 신형 전기차 ID.3를 시승했다. 사진은 시승 후 머스크(오른쪽)가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와 함께 찍은 것이다. /폴크스바겐

미국 1위 자동차회사 GM이 지난 8일(현지 시각) 니콜라모터스와 자본제휴를 발표하면서, 니콜라 주가가 그날 폭등했었죠. 일반인은 관심 없으실지 모르지만, 미래 자동차·에너지에 흥미가 많은 분들이라면, 꽤 큰 뉴스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이 제휴의 핵심은 수소차에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이 제휴의 핵심은 수소차에 있지 않고, 무게추 역시 니콜라가 아니라 ‘GM이 어떤 회사로 변모하고 있느냐’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모든 방향은 ‘전기차’로 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발표를 보고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물길이 완전히 전기차로 가는구나’라고 느낀 3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GM이 정말로 순수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아닙니다) 개발·보급에 목숨을 걸었다.

두번째, 진짜로 전세계에서 맹렬한 ‘전기차 시프트’가 진행 중이다.

세번째, 테슬라가 자동차 니치마켓의 리더를 넘어, GM·폴크스바겐이 반드시 격파해야 하는 강력한 존재로 떠올랐다.

GM·니콜라 제휴를 보고 왜 이 3가지가 핵심이라 느꼈는지는 잠시 뒤 설명드리고요. 우선 GM·니콜라 제휴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발표의 외형은 이렇습니다. GM이 니콜라의 픽업트럭인 ‘배저’를 대신 설계·제조해 주고, 여기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모듈도 공급합니다.(배저는 전기차 모델과 수소연료전지차 모델의 양쪽 타입이 모두 있습니다) 그리고 니콜라가 그 이후에 만들겠다는 대형트럭의 일부에도 연료전지모듈을 공급키로 했습니다. 그 대신에 GM은 니콜라의 신주 약 20억달러 어치(11% 지분)를 받고, 이 회사에 이사를 1명 파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제휴는 양사간의 자본 이동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전략적 목적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GM은 니콜라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사의 신형 배터리 플랫폼 ‘얼티엄’의 수요처를 늘릴 수 있게 됐고요. 니콜라는 GM의 생산기술·공급망·조립공장을 통해 배저를 만들 수 있게 됐으니까요. 발표에서 니콜라는 배터리·파워트레인 관련 비용을 10년간 40억달러, 설계 관련 비용 10억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했고, GM은 연료전지 등의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어 40억달러의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 발표는 양사의 주가를 일시적으로 띄우는데는 효과를 볼듯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양사 주장은 아직 희망에 불과합니다. 요즘 GM은 월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기세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산업의 제왕이었던 GM에 요즘 투자자들이 도무지 관심이 없거든요. GM 주가는 (한번 망했다가) 2010년 재상장했을 때와 비슷하거나 약간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가 기존 자동차산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스터리의 기업’ 니콜라에 대해 얘기해보죠. 저는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을 최근 인터뷰한 적도 있습니다. 그 때 받았던 느낌은 “아직 모르겠다”입니다. 이번 발표를 봐도 좀 그렇죠.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지만, 핵심은 내후년에 내놓겠다는 자사의 픽업트럭 배저의 개발·생산을 GM에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아! 그래서 니콜라가 픽업트럭, 대형트럭을 만드는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서, 아직 땅도 제대로 안파고 있었던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물론 제 상식이 이젠 과거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동차의 설계·부품조달·제조를 모두 외부에 맡기고 성공한 사례를 알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이게 자동차회사의 코어이거든요. 부정적으로 말하면, 니콜라는 마케팅과 그림만 그리겠다는 겁니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자동차회사는 앞으로 점점 더 기술중심의 회사가 될 것이고, 핵심기술을 내재화(그래야만 협업을 하더라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죠)한 회사들만 살아남을 거라고 믿는 쪽입니다.

니콜라가 자신들의 경쟁자로 꼽는 테슬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테슬라는 전기차·미래차 산업에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모터·인버터 뿐 아니라, 전자플랫폼, AI반도체,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신경망과 클라우드, 통신 기술까지 말입니다. 테슬라가 핵심기술 장악을 위해 쏟아붓는 노력은 섬뜩할만큼 무섭습니다. 테슬라는 오는 22일(현지시각) ‘배터리데이’라는 자사의 혁신기술 공개행사를 여는데요. 여기에서 테슬라는 화학회사들의 텃밭이라 여겨졌던 배터리 기술까지 내재화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니콜라는 자사 제품의 설계·부품·제조를 전부 외부(GM)에 맡기겠다고요?

서론이 장황했습니다. 그럼 GM·니콜라 제휴가 왜 수소차가 아니라 GM과 세계의 ‘전기차 풀시프트’를 보여주는 사건인지 3가지 포인트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미국 1위 자동차회사 GM은 지난 8일(현지 시각) 니콜라모터스와 자본제휴를 발표, 자사의 신형 전기차 배터리인 ‘얼티엄’의 수요처를 늘리는 등 전기차 시프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GM의 디트로이트 공장에 붙은 회사 로고. /AFP 연합뉴스

◇ 1.GM이 순수 전기차 개발·보급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이것은 철저히 GM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선 GM이 니콜라와 제휴를 발표하기 불과 5일 전인 지난 3일 발표한 혼다와의 제휴를 주목해야 합니다. 니콜라와의 제휴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중요한 사건이었는데, 요즘 핫한 전기차 쪽이 아니다 보니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요.

내용은 북미에서 GM과 혼다가 가솔린차의 엔진과 플랫폼(차대)을 함께 쓰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발표는 검토이지만, 실제로는 GM이 가솔린엔진·플랫폼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이를 혼다에 맡긴 뒤, 자신들은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핵심은 전기차, 그리고 더 핵심은 배터리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GM이 전기차 개발에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겁니다. GM의 ‘전기차 풀시프트 선언’인 겁니다. GM은 지난 100년간 미국 자동차 역사에 빛나는 수많은 가솔린 엔진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전기차 개발하느라 가솔린 개발할 여력도 없다. 가솔린 더 안한다. 가솔린 엔진과 관련 플랫폼은 그냥 혼다꺼 가져다 쓰겠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자동차시장의 CASE 즉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공유(Shared), 전동화(Electrification)의 흐름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연간 합산 1300만대를 생산하는 GM·혼다가 서로의 개발능력을 분담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혼다가 GM과 제휴했다는 것에서 이 흐름에 필사적으로 올라타려는 절박함이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혼다는 원래 혼자 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회사거든요. 그런데 GM에 내연기관차 기술 다 주고, 전기차와 CASE 관련 기술은 같이 가겠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혼다도 CASE 혼자 열심해 해봤는데 잘 안됐습니다. 코로나사태로 차는 안팔리고, 비용은 올라가고. 이러다 죽을 것 같으니, GM과 힘을 합쳐 살아남을 방도를 찾겠다는 겁니다.

GM이 현재 모든 노력을 쏟는 것은 신형 전기차배터리 ‘얼티엄’입니다. GM이 가솔린 신규 개발을 접고, 전기차 풀시프트를 계획한데는 얼티엄 개발 과정에서 지향점을 확실히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차 그리고 배터리가 맥’이라는 확신이 섰던 거죠. 얼티엄의 주요 부품인 배터리셀은 LG화학과 공동 개발했는데요. 50~200kW시까지 용량을 유연하게 재조합할 수 있는 혁신 설계를 채택, 생산비용을 현재의 70% 이하로 낮췄다고 하는군요.

아시다시피 지금부터 한동안의 전기차 경쟁은 배터리 원가절감의 경쟁이 될 겁니다. 이 부분에 GM이 승부를 건 겁니다. 각 부분의 기술력 향상이 더해져 배터리의 원가를 현재의 70%가 아니라 50%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해보죠. 그럼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은 게임 끝입니다. 정말로 내연기관차보다 제조원가가 낮아질 수 있거든요. 디젤 차량은 말할 것도 없고, 가솔린 차량까지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한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것은 소비자가 성능 향상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 계속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따라서 GM의 얼티엄 계획이 제대로만 간다면, 전기차 시프트는 지금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GM는 불과 1년 뒤인 내년 가을쯤 얼티엄 배터리를 처음 탑재한 ‘허머’ 브랜드의 SUV를 선보일 예정이고요. 2023년까지 20개 차종의 전기차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GM은 얼티엄을 타사 전기차에도 대량으로 넣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혼다와 전기차 공동개발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고요. 니콜라와의 제휴도 얼티엄의 수요처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로 배터리 단가를 떨어뜨린다는 큰 그림의 일부입니다. 니콜라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두가지로 나오는 픽업트럭 ‘배저’를 빠르면 2022년에 내놓겠다는 계획이지요. 전기 픽업트럭은 당연히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수소 픽업트럭도 똑같이 배터리가 들어갈 겁니다. 수소차는 사실 전기차 위에 수소연료전지를 추가로 얹은 것이거든요. 따라서 GM 입장에서 니콜라는 자사 얼티엄 배터리의 좋은 수요처인 것입니다.

그럼 수소연료전지는 어떻게 되는건지 말씀드릴게요. 현재 세계에서 수소차 관련 양산능력을 가진 기업은 딱 두 곳입니다. 현대와 도요타이지요. 그리고 혼다는 GM과 연료전지를 공동개발해 아주 소규모로 수소차를 내놓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실 수소차 연구는 GM의 경우 1960년대부터 꾸준히 해왔습니다. 현대차는 말할 것도 없고, 도요타의 수소차 개발 역사보다도 훨씬 깁니다. 당연하죠. 도요타는 GM을 참고한 것이고, 현대차는 도요타를 참고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GM이 50년을 연구한 결과가 지금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체적으로는 전기차에 올인하고, 수소연료전지는 내부적으로 개발은 지속하되 아직 전망이 밝지 않으니 수요처만 있으면 최대한 늘려 존속한다’는 전략인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료전지를 니콜라에도 팔고 혼다에도 팔겠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니콜라는 픽업트럭 배저가 아니라, 이후 만든다는 수소 대형트럭이 주력이니까요. 장기적으로(그게 언제일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수요가 늘어난다면, GM 연료전지의 전망이 더 밝아질 수도 있겠죠.

벤츠 역시 마찬가지 전략입니다. GM과 함께 수소차 개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이 기업은 지난 4월 자체적인 수소차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웨덴의 트럭제조사인 볼보에 사실상 이 사업을 넘겼습니다. 도요타의 경우도 중국의 주요 자동차 5개사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이들이 앞으로 만들 대형트럭에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장착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즉 수소연료전지차는 전부 수요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전기차는 시장이 끓어오르고 있는 상태이고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3일(현지시각) 베를린 근교에 건설 중인 테슬리 신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지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머스크는 오는 22일 열리는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 관련 혁신기술을 공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AP 연합뉴스

◇ 2. 진짜로 전세계에서 맹렬한 ‘전기차 시프트’가 진행중이다.

저는 원래 전기차에 회의적이었습니다. 2007년, 자동차담당 기자였던 저는 디트로이트모터쇼 취재를 갔었는데요. 당시 GM의 대표 카가이(Car Guy)인 밥 러츠 GM 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이 전기차 볼트를 발표하면서, 곧 전기차 세상이 온다고 했었죠. 나중에 다른 기업도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기차 붐이 곧 일것처럼 요란을 떨었는데,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작년 기준으로도 1%대에 머물러 있거든요. 그래서 제게 꽤 오랫동안 전기차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2017년 말쯤부터일까요? 부품사·연구개발 쪽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는 그 이전부터도 정말 잘했죠. 미리 준비해 기선을 제압했고 지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와 별도로 2~3년전부터 전기차 특히 배터리 연구개발 쪽에서 신기술 발표와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난리도 아닙니다. 이쪽의 개발·투자가 미친듯이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와 폴크스바겐이 전고체배터리 개발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하고요. 전세계에서 돈과 인재가 배터리 개발 쪽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기차가 그냥 친환경차가 아니라 곧 대세가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도 터졌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전기차인 모델 3가 도요타의 캠리보다 더 많이 팔린 겁니다. 모델3가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더 많이 팔린게 아니라 박리다매, 대중세단의 교과서로 불리는 캠리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캘리포니아만 그런게 아닙니다. 유럽·중국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강력한 정부지원, 환경규제에 힘입어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내연기관차들은 판매가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기존 자동차회사 중 가장 공격적인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세운 3개 회사의 2025년 목표 판매량만 합쳐도 350만대(폴크스바겐 150만대, GM 100만대, 현대차 100만대)입니다. 테슬라의 판매는 작년 37만대에 이어, 올해 50만~60만대, 내년 90만~100만대로 예상됩니다. 이대로 생산을 늘려나갈 수만 있다면 2025년에 200만~300만대는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4개 회사만 합쳐도 600만대이군요. 다른 회사들까지 합치면 1000만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는 단계로 가는 겁니다.

◇ 3. 테슬라가 자동차 니치마켓의 리더를 넘어, GM·폴크스바겐이 반드시 격파해야 하는 강력한 존재로 떠올랐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에서 어떤 존재가 됐는지 극명히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폴크스바겐그룹이 지난 7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주) 독일을 방문했을 때 폴크스바겐의 신형 전기차 ID.3를 시승했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것이었죠. 머스크는 지난 3일 독일을 찾아 베를린 교외에 건설 중인 신공장을 시찰했는데요. 이 때 머스크가 ID.3를 시승했다는 겁니다. 재밌는 것은 너무 바쁜 머스크의 편의를 위해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공항 활주로에서 시승이 진행됐다는 겁니다. 개인용 제트기로 볼프스부르크 공항에 내린 머스크를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CEO가 기다리고 있었고요. 곧바로 머스크는 대기중인 ID.3를 타고 활주로를 달렸습니다. 머스크의 코멘트를 기다리는 디스 CEO를 바로 옆 동승석에 태우고 말입니다.

작년에 고작 37만대를 판 머스크에게 폴크스바겐그룹의 CEO 가 이런 일을 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전 이 세계최대 자동차회사 수장이 머스크와 테슬라에 존경심을 표시하고, 업계의 진정한 경쟁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사를 통해 세계 소비자들에게 ‘테슬라만 보지 말고 폴크스바겐의 신형 전기차에도 관심 좀 가져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테슬라는 내년에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이게 다른 미국회사에 주는 의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픽업트럭은 GM·포드·크라이슬러의 주수입원입니다. 여기서 시장을 뺏기면 다음은 죽음 뿐이지요. 그런데 크라이슬러는 현재 테슬라 추격 의지를 상실한 것 같고요.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으로 반격을 예고했지만, 출시가 계속 연기되는 중입니다. GM만이 내년에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인데요. 선언 정도가 아니라 사활을 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가 니치마켓의 리더가 아니라, 미국의 주력시장에서 GM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