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코스피 상승세는 이어질 겁니다. 다만 미국 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꼭 눈여겨보면서 대비해야 합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퍼 개미의 전설’로 불리는 남석관 베스트인컴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여는 투자 대회에 참가해 수차례 1위를 기록했다.
‘베테랑’ 남 회장도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 아래에 ‘장 초반 급등주 추격 매수 금지’ ‘NXT(넥스트레이드) 급등 종목 집중 조사’와 같은 메모지를 붙여 두고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경계를 잃지 않는 현역이다. 그는 오는 19~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26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내년 주식 투자 포인트에 대해 강연한다.
―올해 주식시장을 정리하면.
“대선 전 2700 정도였던 코스피가 4000이 넘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새 정부가 시장 친화 정책을 편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여기에다 넘치는 유동성,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기업 실적까지, 이 세 가지 요건이 맞아떨어져 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지금 장은 기대 심리도 높고, 상단에서 박스권 조정을 받는 상황이다. 큰 조정은 아니라 코스피 3800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12월에는 이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 변동성이 크다.”
―내년에도 상승세가 지속되나.
“미국 시장도 금리 인하 기대 심리 때문에 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도 차익 실현 매물이 소화되면 내년에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칩을 납품하는 업체에는 우호적인 상황이다. 코스피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성장세에 이상이 없다. 반도체 빅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에, 나스닥 실적이 둔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더 오를 수 있다.”
―코스피 5500 전망도 나온다.
“지수 예측에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예측치에 자기 사고방식이 갇혀 버릴 수 있어서다. 물론 내년에 강세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약세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매수·매도 시점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도 시점이라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 추가 상승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코스피에서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이 가장 크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지수 자체가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 요인도 있을 텐데.
“최근엔 실적 장세이긴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이나 유동성 장세이기도 하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두 차례 정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가 오면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 미국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한국도 같이 빠지기 쉽다. 미국과 한국은 하락장에서 커플링(동조화)되어 있다. 그럴 때 신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중반기 이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코스피 고점은 어느 정도일까.
“우호적으로 봐서 4500 정도는 갈 가능성이 있다. 경기가 별안간 좋아져 모든 기업이 흥청망청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지수가 많이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시장이 낙관적일 때가 위기이고, 그게 고점인 경우가 많다.”
―눈여겨보는 지표는.
“기업들의 영업 실적은 당연히 봐야 하지만, 실적 외적으로 주가를 견인할 요소들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 본예산이 올해보다 8% 늘지 않는가. 그러다 보면 시중에 돈이 넘친다. 그런 유동성 요인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때에도 겁내지 않고 매수를 하라고 말한다.”
―상반기 어떤 종목에 주목해야 하나.
“반도체, 로봇, 바이오가 괜찮을 것 같다. 반도체는 저전력·저비용·고효율 신기술이 계속 개발된다. 그런 기술로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선별적으로 꾸준히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