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을 집중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하는 기업들을 모니터링해 외환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명동 환전소에 원·달러 환전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고 인력을 보강해 수출기업 환전 모니터링에 나선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TF”라며 “고환율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수출기업 환전 관련 사안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달러 보유 현황 집중 점검

정부는 지난 1일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출기업의 환전과 해외 투자 현황을 정기 점검하고, 정책 자금 지원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달러를 쌓아두지 않고 원화로 많이 바꾸는 기업이 정부 지원금이나 정책적 혜택을 더 잘 받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번 TF 구성은 이런 대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수출기업 모니터링 방침을 밝혔지만, 전담 조직을 꾸려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받은 달러를 즉시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달러를 들고 있다가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늘어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국민연금·증권사도 점검 대상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대책에서 국민연금과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도 함께 내놨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모여 외환시장의 구조적 여건을 점검하고, 외환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맺은 650억달러 규모의 달러와 원화를 맞바꾸는 계약(외환 스와프)이 올해 말 끝나는데 이를 연장하고, 국민연금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도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까지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해외 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과 보호의 적절성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해외 투자 관련 위험 등을 제대로 설명하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지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곱 번째 대책…근본 처방은 부족

원화 환율이 급등한 9월 말 이후 정부가 외환 시장에 우려를 드러내거나 대책을 낸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만으로는 환율 상승세를 근본적으로 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산업 경쟁력 강화, 친기업 환경 조성 등을 통한 근본적 원화 투자 유인책이 나오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를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