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건강 수준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걷기’였다. 보행로나 공원·광장 등 도보 인프라가 주민들의 규칙적인 걷기를 유도하고, 걷기를 통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억제한다는 점이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단장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의 ‘한국 건강 지수’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252개 기초자치단체에 거주하는 1만명을 조사해 산출한 건강 지수에 따르면, 걷기 실천율(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걷는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만성질환 진단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실천율은 대중교통과 산책로가 잘 갖춰진 도시일수록 높았다. 건강 전문가들은 “병원이나 요양 시설을 짓는 것만큼이나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강력한 효과를 낸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전국 252개 기초 단체 중 한국 건강 지수 1위인 경기 과천시는 걷기 실천율이 67.11%였다. 과천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넘게 걷는다는 뜻이다. 석촌 호수와 올림픽공원 등 지역 내 보행로가 잘 발달한 서울 송파구 주민들의 걷기 실천율은 약 71%였다. 반면 건강 지수가 가장 낮았던 기초 단체들은 공원·산책로 등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주민들이 잘 걷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는 정도에 따라 만성 질환 진단 비율도 달랐다. 걷기 실천율이 높았던 상위 20개 기초 단체 주민의 만성 질환 방지 점수는 75.5점, 하위 20개 기초 단체는 64.6점으로 10점 넘게 차이 났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본지가 추산한 결과, 걷기 실천율 상위 20개 지역은 하위 20개 지역에 비해 고혈압·당뇨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최대 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