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를 겪은 쿠팡의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쿠팡이 탈퇴를 어렵게 만드는 이른바 ‘다크패턴’을 사용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에 회원 탈퇴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비밀번호만 두 번…복잡한 탈퇴 절차
현재 쿠팡에서 회원 탈퇴를 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회원 탈퇴 버튼을 누르고,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탈퇴가 완료된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탈퇴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다크패턴’이라고 부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퇴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쿠팡의 복잡한 탈퇴 절차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회원 탈퇴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킹 책임 안 진다” 약관도 문제
공정위는 쿠팡의 이용약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이용약관 38조 7항에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 등에 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 조항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쿠팡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38조 8항에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기는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약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위배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원 탈퇴 절차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 책임 회피성 약관은 약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각각 착수했다”고 말했다.
◇先시정 後제재…쿠팡, 곧 개선안 제출
공정위는 쿠팡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쿠팡이 먼저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제재하는 데는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 탈퇴 절차는 소비자들이 워낙 불안해하고 불편해하는 만큼 선시정 후제재 방침을 정했다. 공정위는 지난주 쿠팡에 시정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며, 쿠팡이 곧 개선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제출한 개선안이 부족하면 추가 요청을 할 것”이라며 “아직 현장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위법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약관 개정에 대해서도 쿠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이나 약관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쿠팡이 우선 시정하도록 할 것이지만, 위법이 확인되면 추후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면서 이용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이번 공정위 조사로 쿠팡의 고객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