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 등에 욕창이 생기기 직전이었어요.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죠.”

문한경(64) 디지털국제공조 회장은 지난달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시 복지센터장이 몇 년 전에 ‘큰일 났다’며 도움을 요청해온 일이 있었다”며 “아이들 엄마가 삼복 더위에 지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다 보니 등이 짓무르고 있었다”고 했다. 문 회장은 곧바로 아이 어머니를 병원에 보내고, 그 집에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디지털국제공조’에서 문한경(정장 차림) 회장과 임직원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 이 업체는 지금까지 지역 취약 계층과 학교 등에 5억원을 기부했다. /박성원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냉난방기 총판(도매) 업체인 디지털국제공조는 지난 2003년부터 남양주의 어려운 가정에 무료로 에어컨과 보일러를 놓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 업체는 지역 취약 계층과 학교 등에 5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장애인 입소 시설, 탈북민 가정, 한부모 가정, 독거 노인 가정을 보면 과거 6평짜리 상가에서 여섯 식구가 살던 제 처지가 생각나서 돈이나 쌀을 보내거나, 보일러와 에어컨을 설치해 드렸다”며 “몇 군데 설치했는지는 처음부터 머릿속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문 회장은 1985년 서울 상계동에 6평(19㎡)짜리 상가를 얻어 냉장고·세탁기 수리업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상가에 다락방을 만들어 아버지와 할머니, 동생 등 여섯 식구가 같이 살았다”며 “그 좁은 곳에서 한겨울 추위와 여름 폭염을 고스란히 겪었다”고 했다. 개업 후 10년 동안 근근이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1996년 서울 노원구에 20평(66㎡)짜리 에어컨 판매 대리점을 냈다.

이제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졌다. 문 회장은 “빚을 갚기 위해 당시 미리 사놓은 에어컨을 손해를 보면서 다른 대리점에 넘겼다”며 “나도, 아내도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듬해부터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인근 아파트 단지와 상가 등을 돌며 주민들에게 ‘에어컨 내년 예약 판매’ 전단을 돌렸다. 다행히 1998년 여름은 더웠다. 문 회장은 “그해 겨울에 예약 구매 손님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자정까지 계약서를 쓰는 날이 많았다.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고 했다.

문 회장은 2000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했고, 2003년 지금의 남양주로 본사를 옮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변을 돕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디지털국제공조는 직원 40명에 연 매출액이 800억원이다. 디지털국제공조는 2023년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중소·중견기업 모임인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문 회장 부부는 1억원 이상을 기부한 개인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나눔명문기업

사랑의열매가 2019년 만든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 최초 2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5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현재 총 687곳이 가입돼 있다.

▲공동기획: 조선일보사·사랑의열매

▲문의: 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