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간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수천 개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실효성 없는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이름만 바꿔 반복하거나 일회성 현금 지원에 그치면서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정부의 청년 정책·취업 사이트인 ‘온통청년’에 따르면,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청년 정책은 3000여 개에 달한다.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청년 일 경험 사업, 청년 도전 지원 사업, 국민 취업 지원 제도 등이 부처·지자체별로 쪼개져 운영되고 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인데, 단순히 청년들의 구직을 지원하는 정책만 많다 보니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조사에서 국내 기업 39.2%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했고, 미취업 청년의 76.4%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정책 개수만 늘리면서 실적 쌓기에 급급한 전형적 ‘전시 행정’”이라며 “비슷한 프로그램을 여러 부처가 중복 운영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2027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생애 1회 실업급여’에 대해서도 청년 고용난의 본질을 벗어난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청년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겼더라도 한 번은 실업급여를 주는 것이다. 직장 내 갑질 등으로 퇴사하는 청년의 재취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비자발적 실직자의 생계 안정’이라는 실업급여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또 정부가 막아온 실업급여 반복·부정 수급 문제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이처럼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을 뜻하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의 비율이 커지는 등 청년 고용 지표는 악화 일로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기준 니트 비율은 18.3%로 2014년의 17.5%보다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1국 중 같은 기간 니트 비율이 늘어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도 지난달 0.44까지 떨어지며,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7년 만에 8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