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잡한 농산물 유통 구조를 디지털로 바꿔 2030년까지 가격 변동 폭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15일 밝혔다.

농산물이 논·밭에서 식탁까지 오는 중간 단계를 줄여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싸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산물의 ‘온라인 쇼핑화’

이날 정부가 발표한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의 핵심은 ‘농산물의 온라인 쇼핑화’다.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에 농산물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방식 대신,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농산물을 바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배추 가격이 치솟은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의 판매대에 배추가 놓여 있는 모습(왼쪽), 한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2000원으로 표시된 모습./뉴스1, 온라인커뮤니티

현재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려면 ‘운송→보관→도매→소매’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단계마다 비용이 붙어 생산자는 제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구조다. 지난 2023년 기준 농산물 유통 비용률은 49.2%에 달한다.

여기에 이상 기후로 농산물 생산이 들쭉날쭉해지면서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탈 때도 많다. 작년 사과의 경우 냉해와 탄저병으로 생산량이 30% 줄자 도매 가격은 62%나 뛰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유통 구조라도 효율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를 통해 ‘농산물의 온라인 쇼핑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작년 11월 시작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을 현재 1조원에서 2030년 7조원으로 키운다. 전체 도매 유통의 절반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 매출 20억원 이상 큰 사업자만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 제한을 없애 소규모 농가도 들어올 수 있게 한다. 물류비나 판촉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도 준다. 거래 방식도 정가 거래뿐 아니라 경매, 역경매까지 도입해 농민이 가격 결정에 더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지난 2일 서울 한 대형마트 계란 매장 모습. /연합뉴스

산지에는 스마트 농산물 산지 유통 센터(APC) 300개를 만들어 인공지능(AI)으로 생산·유통 정보를 분석하고, RFID(무선 주파수 식별 장치) 태그로 물류를 실시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농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눈에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추·사과 같은 주요 농산물의 일별 가격 변동률을 최근 5년간 42%에서 21% 이하로 낮추겠다”며 “연간 소비자 가격 변동률도 20%에서 10% 이하로 줄이고, 유통 비용은 10%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도매시장 독점 구조 깨고, 전자 송품장 의무화

정부는 기존 도매시장의 독점적 구조에도 칼을 든다. 도매법인이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자격을 취소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성과를 따지기로 했다.

‘출하 가격 보전제’도 도입한다. 경매에서 가격이 폭락해도 농민에게 최소한 운송비와 박스비는 보장해주는 제도다. 도매법인이 너무 많이 벌면 수수료를 깎는 방안도 내년부터 가락시장에서 시범 실시한다.

전자 송품장도 의무화한다. 지금은 농산물이 시장에 얼마나 들어올지 당일에야 안다. 앞으로는 미리 전자 문서로 출하 계획을 제출하게 해서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2027년부터 가락시장에서 100% 시행이 목표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도 나온다. 내년에 모바일 앱을 출시해 ‘오늘 제일 싼 배추 파는 곳’이나 ‘지금이 사과 사기 좋은 시기인지’ 바로 알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위치 기반으로 주변 매장 가격을 비교하고, 제철 농산물 정보도 제공한다. 로컬푸드 직매장도 현재 50곳에서 2030년 90곳으로 늘린다. 도시는 장소를 제공하고 농촌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도농 상생 장터’도 연 10곳씩 연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개선 방안에는 기후변화 대응책도 포함됐다. 드론과 인공위성으로 작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병해충이 생기면 주변 농지까지 함께 방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