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로 10년째 ‘3만달러대 박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대만은 내년에 1인당 GDP가 4만달러 벽을 뚫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016년 3만달러 선을 뚫은 한국보다 늦은 2021년에야 1인당 GDP ‘3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불과 5년 만에 ‘4만달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장기간 4만달러 벽에 막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4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두 나라의 성장률 전망치와 인구 추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와 대만의 1인당 GDP는 각각 3만7430달러, 3만8066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대만에 뒤처진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대만 통계청은 내년 대만의 1인당 GDP가 4만101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4만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1인당 GDP가 3만8947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앞서던 때 두 나라의 1인당 GDP 격차는 2003년 이후 꾸준히 벌어지기 시작해 2018년에는 1만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대만은 수출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하면서 격차를 좁혔고, 결국 한국을 다시 추월했다. 올해 대만은 4.45% 성장할 전망이지만, 한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0.9%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4만달러 시대를 열게 되는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국가 신성장 핵심 산업인 ‘AI(인공지능) 반도체’ 부문을 선점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 그리고 우수한 인재 육성과 글로벌 인재 유입 등을 꼽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다 만드는 기업을 키워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략적으로 AI 반도체 등의 위탁 생산에 집중하고, 관련 인재를 집중 육성한 것이 대만 경제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