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년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1.9%로 크게 개선되면서 ‘장기 침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년 취업난을 중심으로 한 ‘고용 한파’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의 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2026년 한국 경제 전망’에서 “내수 회복이 외수 부진의 영향을 상쇄하며 잠재성장률 수준(2% 내외)에 근접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민간소비 1.7%로 확대, 건설투자는 플러스 전환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의 내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 부문에서 뚜렷한 회복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경연은 민간 소비 성장률이 올해 1.3%에서 내년 1.7%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심리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인하 효과가 본격화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이어져 소비 여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경연은 5년째 역성장을 지속해온 건설투자도 올해 -7%에서 내년 2.6%로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사회간접투자(SOC) 분야 재정투자 규모가 25조4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7.9% 증가하고, 건축 부문도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금리 하락 효과로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경제 심리 회복으로 경기 전환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며 “내수 부문 성장세가 반등하면서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도 내년에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2%에서 내년 1.9%로 물가안정목표(2%)를 소폭 하회할 전망이다. 미 관세에 따른 세계 산업활동 둔화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마이너스 지속, 설비투자도 둔화

하지만 현경연은 일부 경제 부문에서 여전히 우려 위기 요인이 남아있을 것으로 봤다. 올해 성장의 발목을 잡은 수출 부문은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경연은 수출 증가율이 올해 -0.6%에서 내년 -1%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상반기까지는 대미 수출 감소와 연관 품목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현경연의 분석이다.

설비투자도 올해 1.8%에서 내년 1.5%로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심리가 장기평균(100포인트)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흐름이 길어지고,, 통상 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로 생산 설비 확대 동기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역수지는 올해 589억 달러에서 내년 457억 달러로 축소되고, 경상수지도 874억 달러에서 68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용 시장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경연은 실업률이 올해 2.9%에서 내년 3%로 높아지고, 취업자 수 증가는 19만명에서 18만명으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현경연은 경기 회복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 간 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정책의 확장 기조와 손발이 맞는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원 실장은 “긍정적 여건과 부정적 여건이 혼재하지만 경기 방향성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다만 어렵게 만들어진 경기 회복 기회를 살리기 위해 재정정책의 확장 기조와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