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으로 금융 정책·감독 체계가 기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2원(院) 체제’에서 재정경제부(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4원 체제’로 쪼개지면 금융 업계에서 ‘옥상옥(屋上屋) 관치 금융’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전면 분리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찰청은 폐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신설한다.

내년 시행될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 정책은 재경부, 감독·제재는 금감위, 검사·건전성 집행은 금감원, 소비자 보호와 분쟁 조정은 금소원에서 각각 맡아서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두 시어머니(금감원·금소원) 위에 두 시할머니(재경부·금감위)까지 모시게 되는 셈”이라며 “업무 혼선과 금융사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앞으로는 재경부가 있는 세종과 금감위 등이 있는 서울을 바쁘게 오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여 현안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금융사들이 얘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하나의 사안도 여러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금융사에서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금융 상품을 파는 불완전 판매 사건이 터졌을 때, 예전엔 금감원 중심의 조사를 받다가 제재 수위가 정해질 때쯤 금융위에 대응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쟁 조정과 소비자 구제는 금소원, 영업점·상품에 대한 검사와 내부 통제 점검은 금감원, 제재 심의·의결은 금감위를 상대해야 한다. 당국이 추후 정책·법령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세종에 있는 재경부도 수시로 찾아야 한다.

제재 절차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더해 금소원까지 금융사들을 감독·검사하면 금감위의 제재 확정까지 절차가 지연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금융사들의 경영 리스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뉴스1

금감원과 금소원이 내년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점도 금융사들에는 골칫거리다. 공공기관이 되면 재경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인사와 조직 개편, 예산 등을 심의하기 때문에 금감원·금소원에 대한 재경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정책·제재·검사·소비자 이슈를 모두 따로 상대해야 하는데, 금감원·금소원은 또 재경부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라며 “옥상옥상옥 금융 당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