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해체된다. 정부는 7일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 2월~2008년 2월 10년간 유지됐던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금융감독위원회 체제가 18년 만에 부활한다.
◇기획예산처 신설, 예산·재정 담당...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
새로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출범한다. 예산편성과 재정정책·관리, 미래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한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무위원으로 합류한다. 정부는 “균형적 예산편성 및 배분, 상호견제 강화”를 개편 목적으로 제시했다.
기존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돼 경제정책 총괄·조정과 세제, 국고(결산 포함) 기능을 수행한다. 재정경제부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재정경제부 소속기관으로 이관되며, 독립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능이 강화된다. 재경부장관과 민간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상임위원(고위가급)과 사무국이 신설된다. 기존 공공정책국이 사무국으로 이관된다.
◇금융정책 재경부 일원화…금감위는 감독 전담
금융 부문도 전면 개편된다.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기능(금융정보분석원 포함)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된다. 정부는 “국내·국제 금융정책의 일관성 제고 및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돼 금융감독 기능만 수행한다. 새 금융감독위원회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감원에서 분리·신설)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로 격상돼 국무총리 소속기관이 된다. 국가통계의 총괄·조정 및 통계데이터 관리 기능이 강화된다. 범정부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추진 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 연계·활용 기능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데이터처장은 기존의 통계청장과 같은 차관급이다.
◇예산권 대통령실 이관 우려
이번 개편을 두고 예산 편성권이 사실상 대통령실로 넘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예산처가 국무총리 산하 기관이 되면서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기존에는 기재부 관료들이 정치적 예산을 과감히 자르고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을 설득할 수도 있었지만, 총리 산하 기획예산처가 대통령 뜻을 어기고 제동을 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조직 개편은 기재부가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여당의 오랜 불만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것은 남용 소지가 있다”며 조직 개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