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기본 소득’ 실험이 내년에 본격화하지만, 정작 대상 지역의 반응이 예상보다 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인구 소멸 위험 지역 중 6곳을 선정해 모든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에 예산을 1700억원가량 배정했으나, 사업 신청에 관심을 보인 지역은 현재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기본 소득 도입을 희망하는 지역의 신청을 받아 다음 달 초 확정할 계획이다. 기본 소득에 대한 의지, 인구 소멸 위험 정도 등을 고려해 6곳을 정한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은 총 89곳인데, 이중 시(市)·구(區)를 뺀 69군(郡)이 대상이다. 정부가 지난달 ‘농어촌 기본 소득제’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누구에게나 현금을 줄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군수들의 예산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69군 중에서 기본 소득 도입에 적극 관심을 드러낸 곳은 경기 연천군 등 대여섯 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지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정책을 단순 문의하는 지역을 합쳐도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한 달가량 신청 기간이 남았지만 관심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상 지역들이 신청에 소극적인 이유는 재원 부담이다. 기본 소득 월 15만원 중 국비로 지원받는 금액은 40%인 6만원이다. 나머지 9만원은 군과 도에서 4만5000원씩 마련해야 한다. 인구 1만명당 연간 50억원 넘는 군비를 투입해야 해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는 부담스러운 사업이다. 여기에 정치적 요인도 엮여 있다. 1인당 4만5000원의 도비 지원을 받으려면 도지사의 승인이 필요한데, 강원·충남·충북·경북·경남 등 5곳은 도지사가 국민의힘 소속이다. 기본 소득은 보수 성향 도지사들의 정치적 신념과 배치되는 제도인 만큼 해당 도에 속한 군은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남 지역의 한 군 관계자는 “여유 재원도 없는 마당에 도비 지원 여부마저 불확실해서 신청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관심을 표명하는 곳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있는 호남·경기 지역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역 소멸 대응 기금이나 지역 자원 시설세 등에서 재원을 끌어와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