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가계의 실질 소비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 부진으로 급여가 줄고, 자영업자들은 줄폐업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결과다.

28일 통계청은 2025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가구의 실질소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뉴시스

28일 통계청은 ‘2025년 2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8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 늘었지만, 물가 상승 폭을 빼고 집계한 실질 소비 지출은 1.2% 줄었다고 밝혔다. 실질 소비 감소 폭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4분기(-2.3%) 이후 4년 반 만에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부문 소비 지출(-12.9%)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의류 신발(-5.8%), 교통 운송(-5.3%), 교육(-3.2%) 등 순으로 씀씀이를 줄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가구 씀씀이가 위축된 것은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6만5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0.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소득 증감률은 작년 1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이지은 과장은 “실질소득은 근로·사업소득 모두 감소했는데, 특히 사업소득이 많이 감소했다”며 “지난 4~6월 (내수 위축으로) 자영업자가 많이 줄어들어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10~12월) 1%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다시 2%대로 올라선 것도 실질소득 감소에 영향을 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문제는 가구들이 실질 소비를 줄이고 있음에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적자(赤字)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적자 가구는 처분 가능 소득(세금 등을 뺀 실제 쓸 수 있는 돈)보다 소비 지출이 큰 가구를 말한다. 올 2분기 적자 가구 비율은 23.6%로 작년 2분기(23.9%)보다 소폭 낮아졌으나 1분위(소득 하위 20%) 적자 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54.9%에서 56.7%로 1.8%포인트 올랐다.

2분기 기준 1분위 적자 가구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2020년(47.1%)과 비교해 10% 가까이 급등했다. 신용 점수가 낮은 1분위 가구는 급전(急錢)이 필요하면 이자가 높은 사금융이나 대부 업체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어 ‘연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지난 1년간 9.5%에서 7.9%로 1.6%포인트 내려갔다.

정부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급 등으로 3분기(7~9월) 이후로는 실질 소비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와 제조업 부진, 통상 불확실성 등 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실질 소득 개선과 소비 회복이 본격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통계청 이지은 과장은 “지난 4~6월은 국내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많이 컸던 시기여서 내수 회복이 다소 지연됐다”며 “민생 회복 쿠폰 지급에 따른 하반기 소비 심리 반등을 (통계청으로서)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