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비관세 무역 장벽 해소를 요구하면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문제가 관세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USTR(무역대표부)은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위치 기반 데이터’를 꼽았다. USTR은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구글과 같은) 해외 사업자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면서 “한국은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을 유지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르면 1대2만5000 축척(지도상 1㎝는 실제 250m)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부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 반출 여부는 국토부·외교부·국가정보원·통일부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에서 결정한다. 주요 보안 시설을 블라인드 처리하더라도 고정밀 지도와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보안 시설의 위치를 파악해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인도 등도 안보를 이유로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한국에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1대5000 축척(지도상 1㎝는 실제 50m)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축척에서는 청와대 초소까지 볼 수 있다. 현재 구글은 1대2만5000 축척 지도를,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업체는 1대5000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사용 중이다. 구글은 2007년부터 3차례 지도 반출을 요청했는데 정부는 1·2차 신청을 불허했고 현재 3차 요청에 대해 심의 중이다.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들은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제한 없이 고정밀 지도를 쓸 수 있는데도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 해외 반출을 요구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막강한 자금력과 플랫폼을 가진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자율 주행, 데이터 수집, 쇼핑, 관광 등 사업에 활용할 경우 국내 관련 산업과 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데이터 주권도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