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인 ‘H100′. /엔비디아

SK텔레콤이 오는 12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인 ‘H100′을 배치한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데이터 저장·처리 중심의 데이터센터를 인공지능(AI) 학습·추론에 특화한 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연말에 이를 활용한 구독형 GPU 서비스(GPUaaS·GPU as a Service)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GPUaaS는 기업이 AI를 개발·활용할 때 GPU를 직접 설치하는 대신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사용하는 개념이다. 가격이 비싼 GPU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쓸 수 있다는 장점에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이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는 엔비디아 GPU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미국 GPUaaS 기업 ‘람다’와의 협업 덕분이다. 람다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를 공급받아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에 GPUa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월 람다에 20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이번 협업은 AI 인프라 사업을 키우려는 SK텔레콤과 한국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람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람다는 가산 데이터센터를 한국 지사(리전·region)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람다 GPU 기반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 데이터가 앞으로는 이곳에 저장된다.

지난 1월 미국 람다 본사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진 왼쪽)와 람다 창업자 겸 CEO 스티븐 발라반이 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텔레콤

SK텔레콤은 국내 수요를 감안해 3년 안에 가산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GPU를 수천 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신 GPU 모델인 ‘H200′ 조기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엔비디아 단일 GPU로 구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GPU 팜(Farm)’을 만들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현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서울·일산·분당에 총 6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가산 데이터센터 GPU 서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센터의 랙 당 전력밀도를 국내 평균의 9배 수준인 44kW로 구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