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편한 진실인데요. 농산물 등 물가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해 “지금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4.12/연합뉴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시 반등한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2∼3개월 동안 우리 CPI(소비자물가지수) 오른 것의 30% 정도가 농산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재정은 농산물 가격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이것(농산물 가격 변동)은 기후변화로 작황이 변하기 때문인데, 재배 면적을 더 늘리고 계속 재정을 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라면서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 할 것인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병해충 유입 우려 등으로 사과·배의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열 차례 연속 동결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론이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순 없지만, 예단하기도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금리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깜빡이를 켠 건 아니고, 자료를 보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