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25~29일 중에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관련 자율배상 계획을 결의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투자자들과 배상액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 이사회는 배상 규모 추정치를 보고받고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부채(손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빚으로 간주하는 것) 등의 방식으로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 반영하는 방안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철원

◇은행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홍콩ELS 손실 자율배상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8조1972억원으로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임시 이사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주 후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과거에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계좌 8만여 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임시 이사회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쯤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늦어도 내주 초에는 개최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 계획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주요 은행들 중에는 가장 먼저 이사회를 열어 자율배상을 결의했다.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413억원으로 가장 적은 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주 대부분 은행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결의가 이뤄지면, 은행권은 당장 다음 달부터 홍콩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후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별 배상위원회를 거쳐 배상 비율이 확정되거나,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결국 분쟁조정 또는 소송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국민은행 배상액, 1조원 육박 가능성

금융감독원은 앞서 분쟁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배상비율은 손실액의 0~100%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 배상비율은 20~60%에서 분포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홍콩 H지수 ELS의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인데,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은행(2조3701억원), 농협은행(2조1310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SC제일은행(1조2427억원), 우리은행(413억원) 순이다.

은행별로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KB국민 4조7447억원, 신한 1조3329억원, NH농협 7380억원, 하나 7330억원, SC제일 6187억원, 우리 367억원 순이다. 이를 기준으로 투자자 손실률 50%에 평균 손실 배상비율 40%를 적용해 예상 배상액을 산정하면 KB국민은행의 예상 배상액은 9489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이 향후 실적에 약 1조원 규모의 홍콩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가에 따라 배상 규모 달라질듯

집계 범위를 상반기에서 올해로 넓히면 6개 은행의 배상 규모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홍콩 H지수가 현재 수준인 5700선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결과다. H지수가 5700선에 머물 경우 6개 은행에서 발생하는 홍콩 H지수 ELS 손실 규모는 5조980억원(1~2월은 손실 확정액 반영) 수준이다. 이 중 40%를 배상할 경우 손실배상 규모는 2조3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실과 배상 규모는 H지수 향방에 달렸다. 만약 H지수가 6000선까지 상승하면 손실 규모는 4조5960억원, 배상 규모는 1조8380억원까지 줄어든다. 6500선을 넘어서면 배상 규모가 1조5830억원까지 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홍콩 ELS 만기가 상반기에 몰려있어 H지수 상승이 늦어질수록 손실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준다.

하지만 정확한 실제 배상 규모는 현시점에서 알 수 없다. 투자자들과의 개별 협상 결과에 따라 실제 배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