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펀드가 소유한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사모 펀드는 5~7년 투자해 비싸게 팔고 나가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미래 성장보다는 단기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이익만 높이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사모 펀드들이 소유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익성만 추구해 가맹점주에게 모바일 상품권(쿠폰) 수수료를 전가하는 등 불리한 조건을 사실상 강제한다는 의혹이다. 가맹점주들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 의 서울 송파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맹 사업 운영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최근 bhc는 모바일 쿠폰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부담시키고, 12시간 연속으로 영업을 강요하는 내용을 담긴 협약서를 가맹점과 체결하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당국은 이것이 회사가 우월한 지위에서 부당하게 강제한 것인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가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날 조사에 착수했다.
◇모바일 쿠폰 ‘7% 수수료’ 가맹점에 미뤄
업계에선 이번 공정위 조사가 개별 프랜차이즈에 그치지 않고, 사모 펀드가 소유한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전방위적 점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 펀드들은 프랜차이즈를 인수해 실적을 올린 뒤 다시 팔아 이익을 보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수 가맹점주에 대해 무리한 갑질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bhc의 대주주는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이고, 메가커피도 우윤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사모 펀드 소유다.
bhc의 경우 갑질 의혹의 핵심은 모바일 쿠폰 수수료 부담을 가맹점에 미룬다는 것이다. 쿠폰 수수료율은 최대 약 7%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2만원짜리 상품권을 쓰면 가맹점이 1400원 정도 수수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 다른 프랜차이즈는 이 수수료의 절반을 본사가 부담한다. 또 모바일 쿠폰 발행을 판촉 행사로 볼 수 있는지도 문제다. 공정거래법상 ‘판촉 행사’는 가맹점주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쿠폰 발행이 가맹점 동의를 받지 않고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시간 강제도 문제다. bhc 가맹본부가 제시한 협약서에 따르면, 가맹점주들은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 연속으로 가맹점을 운영해야 하고, 임의로 운영 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사전 협의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사실상 강제 조항이라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과도한 영업 시간 강제는 위법인데, 12시간 연속 근무는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가맹점 단체 만들었다고 계약 해지까지
사모 펀드가 운영하는 다른 프랜차이즈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8월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공정위에 가맹 본부를 신고했다. 미국 현지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가맹금을 걷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은 글로벌 사모 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 펀드 칼라일그룹이 최대 주주인 투썸플레이스도 소비자가 모바일 쿠폰을 사용할 때, 쿠폰 금액과 제품 가격의 차액을 가맹점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사모 펀드 소유 프랜차이즈’는 이미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지난 1월 공정위는 맘스터치가 가맹점 사업자 단체를 구성했다는 이유로 상도역점 가맹점주와 계약을 해지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맘스터치의 대주주는 사모 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모 펀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 가운데 갑질 정황이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법에 따라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