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진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 상반기 회복하며 신규 상장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펀드 투자 원금인 설정액도 급감했다.
1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공모주 펀드 144종(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5.3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9.63%)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2조9571억원으로 연초 이후 6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1년 전보다는 2조1467억원이 빠져나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름값 못 하는 공모주 펀드
올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상반기 신규 상장사 31곳의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72.4% 높았다. 시초가 수익률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중 15사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는 이른바 ‘따블’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이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공모주와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이 괴리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한 투자자는 “공모주는 잘나간다는데 내 공모주 펀드는 왜 그대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모주 펀드가 이름처럼 공모주를 높은 비율으로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부분 공모주 펀드는 전체 자산의 30% 정도만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 70%는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한다. 공모주 수익률이 높다 해도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으면 전체 수익률이 떨어지는 구조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연초 대비 10일 기준 수익률은 2.58%로 낮았다. 또 IPO에 참여한 기관들의 청약 경쟁률도 높아 공모주 펀드들이 공모주 물량을 많이 받지 못한 이유도 있다.
올 상반기 IPO가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활성화된 점도 공모주 펀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보다 공모 금액이 줄어 공모주 펀드 설정액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려면 작년 1월 공모액 12조8000억원을 끌어모은 LG에너지솔루션처럼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대어(大魚)급 공모주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 벤처 펀드는 수익률 20~30%
다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 펀드는 대체로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국내 공모주 펀드 중 ‘삼성 코스닥 벤처 플러스 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35.02%로 가장 높았다. 이 펀드는 2차전지나 의료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주로 투자해 왔다.
같은 기간 ‘브레인 코스닥 벤처 펀드’는 34.83%, ‘KB 코스닥 벤처 기업 공모주 펀드’는 22.95%, ‘다올 코스닥 벤처 펀드’는 21.90%의 수익률을 냈다. 이러한 코스닥 벤처 펀드는 IPO 공모주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 공모주 펀드 투자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어급 종목의 신규 상장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달 26일부터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의 4배로 상승)’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여전히 IPO 시장은 소규모 공모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작년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대어급 공모가 부재한 상태”라며 “다만 2분기 이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보험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이 상장 예비 심사 청구에 나서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