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9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비공개다. 금감원장이 강연을 통해 직접 한은 직원과 소통에 나서는 일은 이례적이다.

13일 한은과 금감원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오는 16일 ‘화폐와 은행 산업의 미래 포럼(일명 머니앤드뱅킹 포럼)’에서 한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이 포럼은 한은이 올해 만든 행사로, 1~2개월마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다. 지난 3월엔 디지털 전략을 맡고 있는 임수한 신한은행 부행장, 5월엔 핀테크 전문가인 소프넨두 모한티 싱가포르통화청(MAS) 국장을 초청했다. 이번에 세 번째 연사로 이복현 원장을 섭외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 산업 전반과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강연마다 한은 직원 70명 내외가 참석했다.

금감원장이 한은 직원을 상대로 직접 강연을 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금감원은 1999년 한은 산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이 합쳐지며 출발했다. 한은이 금감원을 ‘분가시켰다’는 인식이 금감원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있었는데 금감원장을 모셔 한은 직원들이 강연을 듣는 일이 격세지감이라는 것이다. 한은의 한 팀장급 직원은 “두 기관의 위상 변화가 느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 원장의 이번 강연은 작년 말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감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강연한 데 대한 답방(答訪) 차원이라고 전했다.

이창용 총재와 이복현 원장의 인연도 화제다. 이창용 총재가 서울대 경제학부 조교수로 재직할 당시 경제학과 91학번이던 이복현 원장도 재학 중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인 동시에 사제 관계인 셈이다. 이 총재는 경제학과 80학번으로 11년 선배다.

머니앤드뱅킹 포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민간에서 디지털 뱅킹을 위한 노력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중앙은행이 시장이나 외부 기관의 목소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