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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이 완전 해제된 올해 여름, 3년여 만에 외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00원대를 이어가는 등 막상 환전하려니 치솟은 환율에 당황스러워 하는 이가 상당수다. 환율에 민감한 여행객은 외화를 미리 사두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조금 기다렸다 사는 편이 좋을지 계산기를 두드려보기도 한다. 본지가 4대 시중은행 환율 전문가에게 올해 하반기 달러·엔·유로 등 주요 외화 환율 전망을 설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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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는 조금 기다렸다 사세요”

은행의 환율 전문가 4명 중 3명은 올여름(7~8월) 원·달러 환율 평균을 ‘1250원 이상 1300원 미만’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7일(1311.1원) 이후 종가 기준 1300원대를 유지 중인데 현 수준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절차로 접어들면서 달러화 강세 요인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대해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관점에선 기둥 뿌리가 하나 뽑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오현희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가 하반기로 가면서 급격한 긴축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러화 강세 압력이 줄어드는 하반기가 달러 매수 시점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다”며 “한국의 수출 회복,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 등으로 원화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유일하게 7~8월 원·달러 환율을 ‘1300원 이상 1350원 미만’으로 전망한 민경원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수출 경기 회복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세가 저조하다”고 봤다.

◇ ‘100엔=900원’, 엔화는 지금 매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는 일본이다. KB국민카드가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 15일까지 분석한 카드 매출액에서 항공권 구매 건수 비율은 아시아(81%)가 가장 높았고, 아시아 내에선 일본(52%)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에도 관심 갖는 이가 많아졌다.

환율 전문가 3인은 오는 7~8월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을 ‘950원 이상 1000원 미만’으로, 1인은 ‘900원 이상 950원 미만’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말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선을 넘어섰지만, 최근엔 다시 940원대로 낮아졌다. 엔화가 쌀 때 미리 이를 사두려는 사람도 많은데, 하반기는 엔화가 소폭 더 비싸질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가 많았다.

오현희 위원은 “하반기로 가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면서 미·일간 금리차가 축소되고 엔화 약세폭도 점차 축소되며 엔화 대비 원화 환율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엔화는 지금 매수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면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900원 이상 950원 미만’으로 답한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장기금리 상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화가 엔화 대비 강세인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해외여행 계획한다면 외화 조금씩 사두세요

최근 유로 대비 원화 환율은 1유로당 1500원에 가까이 다가가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걱정이 커졌다. 오는 7~8월 유로 대비 원화 환율을 1유로당 ‘1350원 이상 1400원 미만’과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으로 예측한 전문가가 각각 2명이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을 전망하며 “얼마 전의 1400원대 후반 수준은 9년 만의 최고치였다”며 “원화 약세가 과도했고 유로화 강세도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1350원 이상 1400원 미만’을 전망한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한국 경제도 회복되고, 수출 개선이 예상돼 유로 대비 원화 환율이 현재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환율 전문가들은 장·단기 외화 매수 타이밍도 조언했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여행 등 실수요가 있는 단기 매수자는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외화를) 일단 조금이라도 사 두는 쪽을 권한다”고 했다. 또 “장기 투자자는 통화 자체에 투자하기보다는 해당 통화로 표시되는 금융 자산을 사는 게 더 좋은 투자법”이라며 “해당 통화가 역사적으로 높지 않은 수준일 때 투자하면 더 좋은데 지금 달러와 유로는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