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AI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는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중국판 챗GPT’인 바이두의 대화형 챗봇 ‘어니봇(중국명 원신이옌·文心一言)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바이두가 예고한 어니봇의 출시 시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부에선 어니봇이 아직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어려워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바이두는 올초 시작된 챗GPT 돌풍에 발맞춰 빠르게 AI(인공지능)챗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오는 3월 16일 실제 서비스를 대중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어니봇 개발팀이 설 연휴까지 반납하고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출시를 코앞에 두고서도 기대한 만큼의 품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두의 챗봇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GPU(그래픽처리장치)다. GPU는 방대한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반도체로, 거대 AI를 학습시키고 작동하는데 필수인 ‘뇌’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AI산업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AI용 GPU는 엔비디아의 ‘A100′으로,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는 95%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엔비디아에 ‘A100′을 비롯한 고성능 AI용 GPU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AI개발을 위한 GPU 수요는 폭등하는데,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돈이 있어도 장비를 구입하지 못해 실제로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는 올 설연휴가 끝난 후 바이두 내부 AI관련 부서에 “당장 사용하고 있는 GPU를 어니봇 개발팀에 빌려줘라”고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규제에 걸린 엔비디아 제품의 대체제가 없어 타부서의 자재를 끌어다 쓰는 촌극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 /로이터 뉴스1

문제는 그럼에도 개발에 진척이 더디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바이두는 원래 어니봇을 중국어와 영어 두가지 버전으로 개발하고 있었지만,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영어를 포기하고 중국어 모델에 역량을 우선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두는 특히 챗봇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봇이 단어들을 하나의 정보 뭉치로 전달하지 않고 앞뒤 순서가 안맞는 ‘단어 조각’으로 표시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는 “기술 돌파를 위해선 수천개의 GPU 등 칩으로 언어모델을 몇 주, 길면 몇 달 동안 훈련해야하는데 (장비 부족으로)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니봇’은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핵심 개발사안이다. 바이두는 근 수년간 알리바바·텐센트에 비해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을 받았는데, 어니봇의 성공은 바이두를 ‘부활’시킬 무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WSJ는 “어니봇이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바이두는 다시 주목받는 기술 기업 반열에 오르겠지만, 실패할 경우엔 최근 AI챗봇 시연에서 오류가 나와 시가총액에서 1000억달러 이상을 날린 구글과 비슷한 운명에 처해질 것”이라며 “실제로 바이두 내부에선 어니봇 성능을 비관하며 회사 주식을 매각하는 직원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