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운용 실적 또한 역대 최악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성 강화와 운용 지배 구조 개선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해외 주요 연기금도 실적이 좋진 않았다. 네덜란드 ABP -17.6%, 노르웨이 GPFG -14.1%, 일본 GPIF -4.8% 등이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4.7%로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에 뒤진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연금 운용 방침을 최종 결정하는 이사회 격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부족이다. 위원회 20명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이사장 등 정부 대표와 시민 단체, 노조·사용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투자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지난 2018년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중기 재정 전략의 비전문성을 지적하며 기금운용위 상설화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도 문제다.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주에서 20대 총선 낙선 이후 기용됐던 김성주 전 국민연금 이사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이사장 후임에도 여당 후보로 총선에 나갔다가 낙선한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이 임명됐다.

2017년 전주 이전 이후 기금 운용 인력(투자 담당자)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공시한 임직원 수 현황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319명으로 정원 380명의 84%에 불과하다. 61명이 부족한 상태다. 2021년 말(326명)과 비교해도 7명이 줄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은 전주 이전 이후 한 번도 정원을 100% 채운 적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금 운용이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역적인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기업만큼의 급여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업무 환경은 갖춰져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