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을 바꿨다. 매도세로 돌아섰다. 꺼져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상반기 국내 증시의 향방은 중국의 경기 회복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 증권가는 다음 달 4~5일로 예정된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 ‘팔자’에 한때 2300대 추락
연초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차츰 매수 속도를 줄이다가 지난주 완전히 매도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가 있던 1월 넷째 주 3거래일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543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5거래일 동안 770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27일에도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 지수는 27일 한때 2400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대규모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신흥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펀드의 자금 배분은 아직 다 차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올해 중국 경기 회복 및 기업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 외국인 매수 규모 감소는 추세가 다시 바뀔 가능성보다 급격한 자금 유입 후 숨 고르기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성장세에 달린 국내 증시
국내 증시의 향방은 중국 경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국내 증시의 ‘깜짝 랠리’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과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대표적인 아시아 신흥국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IEMG,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EEM, MSCI코리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EWY 등에는 1월 한 달간 56억달러(약 7조4100억원)가 유입돼 월간 기준 2018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 몰렸다.
중국이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3%로 가장 커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신흥국 지수로 들어오는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외국인의 중국 본토 주식 순매수는 2021년 4320억 위안이었지만 2022년에는 900억 위안에 불과했다”며 “올해는 2월 중순까지 1640억 위안어치를 순매수해 글로벌 투자 자금의 신흥국 주식 배분 여력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달 4~5일 예정된 중국 양회의 결과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의 경제 운용 방향,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우리나라 부가가치 생산의 13.4%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하고 중국 성장률 반등은 우리 경기 흐름을 바꾸는 요인”이라며 “대부분 나라들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받지만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한 해 동안 3.0% 성장에 그쳐 목표치인 5.5%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예상된 결과였지만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여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회에서 제시할 올해 중국 성장률 목표치는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스타일과 주도 업종 향방을 가를 변수”라며 “5% 이상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경우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제고에 도움이 되고 고용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증시의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매수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는 중국 부동산·인프라 부양 정책의 수혜주로 꼽히는 철강주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RX 철강 지수는 이달 들어 5.8% 상승해 개별 지수 중 KRX자동차 다음으로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