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1300원대로 뛰어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기준금리 인상의 고삐를 조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 오른 1304.9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달 들어 달러 환율은 73원 상승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11월 1400원대까지 올랐던 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되리라는 기대감에 이달 초 1220원까지 내려갔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물가·소비·경기 지표 등이 일제히 반등하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반등하고 환율이 치솟고 있다.
달러 가치는 원화뿐 아니라 다른 통화와 비교해서도 오르고 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22일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높은 104까지 상승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전일 미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단기 대외채무(외채) 비율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온 것은 원화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단기 외채 비율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39.4%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8%포인트 상승했고 2011년 말(45.2%) 이후 가장 높았다. 단기 외채 비율은 외환보유액 대비 1년 미만 외채 비율로, 높을수록 해외 자본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로 표시되는 수출품의 가격을 낮춰 수출 기업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수입 원자재를 쓰는 기업이라면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이 악화할 위험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