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원조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SM 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 탈세 의혹을 제기하는 폭로전에 나섰다.
SM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7일 카카오가 현 경영진과 연합해 9%대 지분 확보에 나서자, 국내 1위 기획사인 하이브가 사흘 뒤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중 14.8%를 인수해 참전하면서 폭발됐다.
지난 열흘간 SM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45% 폭등하면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인 주당 12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공개 매수 마감이 오는 28일, 주주총회는 다음 달 31일로 예정돼 있어 분쟁은 한 달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처조카 SM 대표 “이수만, 역외 탈세 의혹”
이 전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16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하이브가 이수만 창업주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상에서 “이수만이 2019년 홍콩에 설립한 자기 자본 100% 자회사 CTP(CT Planning Limited)는 ‘해외판 라이크 기획’”이라며 “SM 소속 뮤지션의 음원·음반 수익을 각 담당 해외 레이블사가 SM과 정산하기 전 6%씩 CTP가 선취해갔다”고 했다. 이어 “전형적인 역외 탈세가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수만이 하이브에 SM 지분을 넘긴 후에도 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라이크 기획은 지난해 말까지 수년간 SM의 프로듀싱 업체로 있으면서 연 100억원대 고액 자문료를 받아간 이수만의 개인 사업체다. 이 대표는 이 밖에도 ‘방시혁 의장과의 통화’ 등 내용을 추가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 전 총괄 측은 “(오늘 폭로에 대해) 이성수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허다하나, 이 전 총괄이 만류했다”고 했다. 하이브 측은 “주식 매매 계약 당시 CTP 소유와 계약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 한 거래 관계가 새로 확인될 경우 이수만이 3개월 이내 완전히 해소하도록 하는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도 이날 폭로에 대한 사실 관계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이수만 친위대’로 불렸던 이 대표가 왜 등을 돌렸는지에 대해서는 소문이 무성하다. SM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라이크 기획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이 전 총괄과 SM 현 경영진이 대립하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전했다.
◇SM 주가, 열흘 새 45% 폭등
SM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지만 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SM의 주가는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 3일 9만1000원에서 16일 13만1900원으로 10거래일만에 44.9% 급등했다.
SM의 주가가 12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 전 총괄의 SM 보유 지분 14.8%(352만3420주)를 주당 12만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하면서 같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 중 최대 25%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액주주들로서는 주가가 12만원을 넘어가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없어진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16일에는 한 기타 법인이 SM 유통 주식의 2.7%를 대량으로 매수해 “카카오 측이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주문을 처리한 IBK투자증권 측은 “고객 정보 사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17일 하루 동안 SM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거래가 정지되지는 않는다.
유상증자 방식으로 9%대 지분을 확보한 카카오에 대한 가처분 신청 결과도 변수다. 이 전 총괄은 지난 7일 카카오의 SM 지분 취득에 대해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카카오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워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인수전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가처분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은 22일로 잡혀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른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하이브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주식을 12만원 이상의 가격에 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SM 주가는 매출 등 펀더멘털이 아닌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이벤트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