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증권 등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면서 지난해 자금 시장 경색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증권주들도 오르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발표될 증권사들의 작년 4분기 영업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주가 오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株 뛰자 증권도 올라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부터 이날까지 증권주들을 묶은 KRX 증권 지수가 14.4% 상승해 개별 지수 중 상승률이 6번째로 높았다. 같은 기간 21.6% 상승한 KRX 은행 지수와 은행·증권사 주식을 모두 포함한 KRX 300 금융 지수(16.85%)가 상승률 1, 2위를 차지했다. 개별 증권사별로는 한화투자증권이 47% 급등했고 키움증권(24.7%), 한국금융지주(21.6%)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3위에 신한지주, 4위에 하나금융지주가 오르는 등 은행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100위 안에는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주가 4개 포함됐다.
증권사 주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투자증권이 3.07% 올라 가장 많이 뛰었고 SK증권(2.71%), 미래에셋증권(1.02%), 한국금융지주(+0.64%) 등 대부분이 올랐다.
◇증권사 4분기 실적은 최악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 증권사 6곳 가운데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5곳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9.64%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증권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46.8%), 키움증권(-35.1%), 삼성증권(-33.5%), 미래에셋증권(-20%) 등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메리츠증권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9.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은 모든 사업 부문에서 고전했다. 주식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었다. 지난 4분기 일평균 거래 대금은 1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2%, 전년 동기 대비 -42.7% 감소한 규모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식 거래 계좌 수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이달 20일 기준 6394만개로 지난해 7월 말 6300만개를 넘어선 후 6개월간 큰 변화가 없다. 2021년 7월 5000만개 돌파 후 6개월 만에 6000만개를 돌파했던 1년 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특히 2020~2021년 증권사들에 큰 수익을 안겨줬던 부동산 PF 시장이 경기 침체로 경색되면서 기업금융(IB) 부문 이익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신규 PF딜이 크게 감소하고 증시와 부동산이 동반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언제 실적 따라 갔나요”
올해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증권사들의 전망은 좋지 않다. 하지만 주가는 아직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리 상승이 고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확산하면서 자금 시장 유동성도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과 지분 매각 등 IB 수요가 확대되고 대형 증권사는 인수·합병(M&A) 자문 등 수익 창출도 노릴 수 있다”며 “전년도 대규모 채권 운용 손실의 기저효과로 트레이딩 부문은 작년 대비 실적 개선 기대감이 가장 크다”고 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증권업 주가는 실적이 아닌 거래 대금 혹은 지수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했다”며 최근의 주가 상승을 설명했다.
반면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 오름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대형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약 2조~3조원대인 만큼 관련 충당금 적립 또는 손실 인식 규모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연초 대형 증권사 주가 상승은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엔 시기 상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