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의 모습./뉴시스

2000억원 수준의 초대형 횡령 사건으로 위기를 겪었던 오스템임플란트가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 소유 지분의 절반 정도인 9%를 인수하면서 공개 매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25일 UCK와 MBK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위해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 매수의 목적은 자진 상장 폐지라고 밝혔다.

공개매수 대상은 오스템임플란트의 발행 주식 총수(1557만6505주) 가운데 15.4∼71.8%로 매수 가격은 주당 19만원이다. 주당 가격은 UCK와 MBK가 최 회장 소유 지분을 인수한 가격과 같은 것으로, 공개매수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 종가에 5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상장 폐지로 비상장사가 되면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주주 간섭 없이 과감한 기업 구조 조정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사모펀드들은 인수한 기업의 매각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상장 폐지에 나서는데 기업 인수와 동시에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는 배경에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는 지난 5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5.57%에서 6.57%로 늘려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설 연휴 직전 오스템임플란트에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주주권익 증진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UCK와 MBK가 최 회장과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 측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모펀드는 국내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해외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공개 매수 소식이 알려지자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14.5% 급등한 18만6300원에 마감했고, 26일에는 18만6000원을 기록했다. 기존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거나 19만원 공개 매수에 응할지 고민 중이고, 뒤늦게 매수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19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상장 폐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주주가 95%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공개 매수의 최대 목표치인 71.8%를 매수해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해 소액 주주들이 얼마나 공개매수에 응할지 모르겠다”며 “3대 주주인 KCGI의 의견도 중요한데 자진 상폐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