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대만 신주 본사 앞 도로에서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신주=이벌찬 특파원

“한 달에 15번은 TSMC를 위해 택시를 운행합니다.”

지난 17일 대만 신주 과학단지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TSMC는 내 단골 고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만의 택시 회사들은 TSMC와 계약하고 중요 반도체 부품이나 화학 약품을 배송하는 일종의 ‘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TSMC의 본사가 위치한 대만 북부 신주의 택시 기사들은 중부·남부를 누비며 이런 특수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가 많다. 신주 과학단지에서 만난 10년 차 TSMC 엔지니어 류모씨는 “거대한 TSMC 물류망에서 택시 회사는 꼭 필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며 “운송이 까다롭거나 급하게 운송해야 하는 반도체 부품·장비는 신뢰가 쌓인 택시 기사들이 아니면 믿고 맡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택시 기사들은 TSMC가 지급하는 금액이 적은데도 운반책을 자처하고 있다. 신주의 택시 기사 린모씨는 “대만 북부인 신주 과학단지에서 남부 과학단지까지 편도 요금이 6000대만달러(약 25만원) 정도인데, TSMC는 4800대만달러(약 20만원)밖에 주지 않는다”며 “수입을 생각하면 솔직히 가고 싶지 않지만, 대만 경제를 이끄는 TSMC를 도와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음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TSMC 공장들은 보안을 이유로 출입구에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퀵 서비스’를 맡는 택시 기사들은 공장 위치도 외워 다닌다고 한다.

도심에 사는 TSMC 엔지니어·관리자들을 도시 외곽에 있는 TSMC 공장, 사무동으로 매일 출퇴근시키는 역할도 택시의 몫이다. 지난 16일 타이난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TSMC의 일본인 엔지니어는 번화가 호텔에서, 미국인 엔지니어들은 리조트형 호텔에서 주로 태워 온다”면서 “오전 7시부터 택시 호출이 쏟아지기 때문에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16일 오전 대만 신주 칭화대의 과학기술관리학과 건물인 'TSMC관'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 건물은 TSMC가 2008년 칭화대에 기부했다. /신주=이벌찬 특파원

16일 오전 신주의 칭화대 TSMC관에서 만난 첸신여우(25) 소재학과 박사 과정 학생은 “많은 학생이 TSMC에서 연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면서 “TSMC 직원은 야근이 잦고 성과 압박이 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도 대만의 미래를 위해 입사하겠다는 인재들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을 오가며 사업하는 대만의 리모씨는 “어머니가 TSMC 주식을 2000년대 초부터 보유했는데 이후 몇 번이고 매도하시겠다는 것을 말렸다”면서 “TSMC에 대한 응원의 표시”라고 했다.

/신주(대만)=이벌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