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photo 뉴시스

성남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이사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지난 12월 17일 구속되면서 쌍방울의 대중(對中) 사업 흑역사가 주목된다. 목포 새마을파 출신으로 알려진 최우향 전 부회장은 쌍방울그룹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최우향 전 부회장은 전주 나이트파 출신의 강남 사채업자 김성태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직후 쌍방울 대표, 해외사업 총괄 부회장 등을 차례로 지냈다. 최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김만배씨가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할 때 ‘헬멧’을 눌러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 나왔고, 김만배씨의 재판 때마다 방청석에 등장해 ‘헬멧맨’이란 별명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의혹 때부터 구설에 오른 쌍방울은 2019년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의 대북송금 과정에도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쌍방울이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중국을 거쳐 북측에 전달한 돈은 700만달러(약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직후로, 쌍방울의 중국 등 해외사업을 총괄한 최우향 전 부회장은 대장동 관련 범죄와 별개로 이를 밝힐 핵심고리다. 한국 유림(儒林)의 총본산인 성균관 최연소 부관장을 지낸 최우향 전 부회장은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국가브랜드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성폭행에 무산된 제주 실버타운 사업

쌍방울의 중국사업 파트너들은 하나같이 석연찮은 일로 구설에 올랐다. 대표적인 곳이 쌍방울과 함께 제주도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했던 중국 진성(金盛)그룹이다. 난징의 부동산 시행사인 진성그룹은 난징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지난 2015년 쌍방울과 함께 제주도에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실버타운 건립을 추진했다.

쌍방울은 2015년 6월경부터 진성 측에 제주도 실버타운 건립을 타진했고, 2015년 7월에는 제주도에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실버타운 건립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같은해 8월 실버타운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조인식까지 열었다. 쌍방울 역시 같은해 10월 제주도에 별도 법인 개소식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는 양선길 회장과 최우향 전 부회장이 함께 참석했다.

정작 쌍방울의 제주도 실버타운 투자계획은 이후 진행된 것이 없다. 쌍방울 측은 2015년 12월 “예비후보지로 선정해 사업타당성 검토 및 가설계 진행 중이던 부지의 사업성 결여로 새로운 지역을 선정하여 사업타당성 검토 중에 있다”며 “SPC 합작법인 설립은 부지 선정이 완료된 후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공시했다. 2016년 3월에는 “제주 지역의 현지 여건과 진성그룹과의 협의 등으로 인하여 사업부지 선정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시를 냈다.

결국 쌍방울의 제주도 실버타운 건립계획은 이듬해인 2016년경 황당한 사건으로 최종 무산됐다. 제주도 투자계획 발표 후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장녀를 한국지사 대표에 앉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진성그룹 왕화(王華) 회장이 전용기와 호텔 등에서 20대 한국인 여승무원 겸 비서 2명을 성폭행했다는 고소장이 한국 경찰에 접수되면서다.

옷장사로 시작해 난징 백화점 업계의 큰손이 된 왕화 회장은 2012년부터 비즈니스 전용기를 운용했고, 전용기 승무원으로는 대한항공 출신의 여승무원을 고용할 정도였다. 한국여권을 가진 한국 여승무원은 해외 출입국 시 대부분 국가에서 비자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중국 부호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왕화 회장의 전용기 승무원 겸 비서역할을 맡았던 한국인 여승무원 2명이 2016년 2월과 3월에 전용기와 호텔 등에서 왕화 회장으로부터 각각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4월경 한국 경찰에 접수하면서 돌연 구설에 오른 것.

당시 왕화 회장은 강제성을 극구 부인하고, 승무원 2명도 고소장 제출 석 달 만인 7월경 고소를 취하했다. 한데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가 아닌 터라, 한국 경찰의 수사는 계속됐다. 결국 왕화 회장은 2017년 7월경, 성폭행과 성추행에 대해 각각 무혐의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성폭행의 경우 강제성이 없었고, 성추행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재판과 별개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2017년 5월, 왕화 회장에게 영구 입국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제주도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왕화 회장이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영구 입국금지를 취소하라”는 소송까지 냈지만 결국 한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진성 측은 중국 현지 유력 언론에 “사건의 상업적 동기를 배제할 수 없고, 한국 측 파트너(쌍방울)가 프로젝트상 훨씬 큰 이익을 얻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승무원들이 한국 측 파트너에 매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에 못 가게 되면 프로젝트는 그들 것이 된다”며 일종의 함정에 빠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8월 왕화 회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와 성추행 피해자가 사건 직후 한 달 만에 퇴사한 점 등을 들어 “피해자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증명된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 측 손을 들었다.

쌍방울 주가, 중국발 호재로 급등락

결국 사업이 무산되면서 남은 것은 급등락한 쌍방울 주가뿐이다. 쌍방울 주가는 2015년 9월 16일 중국과 합작사업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고, 9월 17일, 9월 21일, 9월 22일, 9월 24일 네 차례 상한가를 이어갔다. 중국과 합작소식을 호재로 주가가 무려 7거래일 연속 급등한 것이다. 실제 2015년 9월 15일 1110원(종가기준)에 불과했던 쌍방울 주가는 9월 24일 4885원에 거래를 마치며 4배 이상 폭등했다.

갑작스러운 주가의 이상급등에 한국거래소(KRX)가 같은해 9월 21일 쌍방울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고, 9월 23일에는 주식거래가 하루 동안 정지될 정도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실적주들은 2~3년에 걸쳐 올라갔다가 빠질 때도 2~3년에 걸쳐 내려온다”며 “보통 작전주라고 하는 주식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상한가로 올라갔다가 내릴 때도 하한가로 내리면서 급등락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발 호재로 급등한 쌍방울 주가는 이후 연말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쌍방울 주가는 연말 200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듬해 2016년 2월 12일, 1570원으로 사실상 고점 대비 4분의1 토막이 났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 주식에 투자했던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렸음은 불문가지다.

제주도, “사업계획 신청 없어”

쌍방울이 제주도에 투자할 의사나 여력이 실제로 있었는지도 의문시된다. 제주도 투자유치과의 한 관계자도 “제주도 실버타운 발표 이후 사업계획 신청이 들어온 것은 전혀 없다”고 확인했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제일 안 믿는 것이 이른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로, 대부분 작전도 양해각서를 통해 이뤄진다”며 “여의도 모 증권회사 팀장으로 있던 인사가 과거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 옥중에서 김성태 전 회장을 만났고 출소 후에도 여러 조언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성태 전 회장은 2013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명령 400시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쌍방울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실무진도 남아있지 않고 양선길 회장도 해외에 있는 상태”라며 “사실 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출신으로 당시 투자를 직접 주도했다고 밝힌 양선길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해외도피 중이다. 양선길 회장은 제주도 실버타운 계획이 공개된 직후인 2015년 9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쌍방울 대표에 취임하기 전 건설 분야에 25년가량 몸담은 저의 경력을 진성그룹이 높게 평가해줬다”라며 “리조트 부지 확보와 초기 건설 작업에서 일부 지분 투자가 필요할 뿐, 사업 전반은 금융권의 대출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난징 진성그룹 역시 2016년경 쌍방울과 제주도 실버타운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고, 왕화 회장이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각종 송사에 휘말렸고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9년부터 백화점 자산 상당수도 경매에 넘어갔다. 심지어 지난 10월 29일에는 난징역 인근 진성백화점에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해 백화점이 전소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백화점 내에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쌍십일(11월 11일·광군절)’ 행사를 앞두고 막대한 물건을 쌓아두고 있던 터라 입점상인들의 막대한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백화점이 몽땅 타버리면서 진성그룹은 사실상 파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구속된 최우향 전 부회장에 더해 현재 해외도피 중인 김성태 전 회장을 비롯해 양선길 회장이 국내로 압송되면 쌍방울의 중국사업과 주가흐름 간의 연관관계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 측은 귀국을 조건으로 검찰 측과 형량을 감해달라는 ‘플리바게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킨텍스 대표를 지낸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쌍방울 고문, 사외이사를 차례로 지내고 경기도 부지사와 킨텍스 사장 시절 쌍방울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화천대유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이한성 전 화천대유 공동대표(천화동인 1호 대표) 역시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최우향 전 부회장과 함께 지난 12월 17일 구속됐다.

한편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의혹에 이어 대장동 사태에까지 이름이 오르내린 쌍방울의 지난 12월 21일 종가기준 주가는 347원으로 지난 5년간 역대 최저치다. 이런저런 스캔들에 오르내리면서 한때 ‘트라이’ 속옷으로 유명했던 회사가 거덜난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래 쌍방울은 작전으로 유명하다”며 “개미투자자들은 쌍방울과 관계사 투자에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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