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도 고객들에게 대출해 줄 때는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권금융에서 금리가 싼 돈을 빌려와서 고객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 수준이다. 반면 고객에게 대출해 줄 때는 최저 5.55%에서 최고 8.92%의 금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차가 2.53~5.90%포인트여서 같은 시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0.97%포인트)의 6배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2017년 3조2591억원에서 2021년 7조367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9월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많은 7조6852억원을 빌렸다. 올해 대출 금리 상승으로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리는 금리가 연초 1.50%에서 9월에는 3.02%까지 급등했지만, 시중 대출 금리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빌려준 신용융자 규모는 2021년에는 23조886억원에 달했고, 올해도 9월 말까지 17조1648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적용한 대출 금리는 1~7일짜리 단기 대출 평균 금리는 5.55%, 151~180일짜리 중단기 금리는 8.92%다. 중단기 대출 금리는 유안타증권이 10%를 넘겨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5대 증권사 모두 9% 이상이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서 조달한 7조6852억원을 기준으로 조달 금리와 대출 금리 차가 가장 적은 2.53%포인트라고 가정해도 이에 따른 연간 수익이 1944억원으로 추산된다. 최대 금리 차인 5.90%포인트를 적용하면 45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