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 시각) 예상보다 낮은 1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환호했던 뉴욕 증시는 하루 만인 1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매파(금리 인상 선호)적 발언이 쏟아지면서 움츠러들었다.

연말까지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대형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올해는 연말 주가가 크게 오르는 ‘산타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내년 초까지도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이 없는 박스권 증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발언에 꺾인 증시

1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평균은 전날보다 0.42% 내린 3만3966.35에 마감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0.61%, 0.76% 하락했다. 뉴욕 3대 지수는 이날 장 초반만 해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1%(전년 동월 대비)로 시장 전망치(7.3%)보다 낮아지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깨뜨렸다. 연준이 예상대로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끝내고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지만, 파월의 입에서 찬바람이 나왔다. 그는 “물가 안정으로 돌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연준은 내년 최종 금리를 종전 예상치보다 높은 5.00~5.25%(중간값 5.1%)로 제시했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짐 카론은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치가 9월에는 4.6%였는데 5.1%로 높아진 것이 특히 매파적”이라며 “게다가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반영해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적인 모습을 보일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타 랠리’ 없다… 내년 초까지 박스권 전망

증권가에서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흐려지는 모양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애플(-1.55%), 아마존(-0.98%)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약세였고, 테슬라는 골드만삭스의 목표 주가 하향 조정 등에 영향을 받아 2.58% 떨어졌다. 볼빈자산운용그룹의 지나 볼빈 사장은 마켓워치에 “어제 CPI 보고서 덕분에 연말 기분을 내던 투자자들의 ‘산타 랠리’ 희망이 오늘 파월 의장의 스크루지 연기로 박살 났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의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이 예상된 수준이었기 때문에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심각한 경제 침체와 신용 위험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위험 자산 가격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 연구원은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는 미국과 국내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년 1분기 주식시장은 위아래 모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코스피도 연말 상승세 꺾여

국내 증시도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적인 반등은 제한적”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가 정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보다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 하락 추세의 코스피의 바닥선을 2050으로 제시했다.

다만, 큰 폭의 상승세는 아니어도 연말까지 코스피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1월 숨 고르기 구간을 거쳤던 만큼 하방보다는 향후 상승을 대비한 점진적 분할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고 했다.